세계 경제의 불안으로 글로벌 투자자금이 일본 엔화로 몰리면서 엔화가치가 계속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경제가 여전히 부진하지만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엔화가 그나마 안전자산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가치는 지난 1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86.98엔까지 급등했다. 작년 12월 이후 7개월 만에 최고치다. 2일에는 소폭 하락, 87엔대에서 거래됐지만 여전히 강세다. 지난달 미국 제조업지수 등이 예상보다 나쁘게 나오자 시장에선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는 경향이 강해졌다.

특히 세계경기 회복이 늦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투자자금이 주식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미국과 독일 국채로 이동, 미국과 유럽의 장기금리를 끌어 내렸다. 이에 따라 미국 유럽과 일본 간 금리차이가 축소되면서 엔화 매입 분위기가 달아 오른 것이다. 가토 스스무 크레디트어그리콜 이코노미스트는 "각국이 부양정책을 거두는 바람에 안전자산인 엔화 매수 경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엔화의 상대적 강세는 일본 기업의 수출 채산성을 악화시킨다는 점에서 일본 재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고용악화와 소비부진으로 인한 디플레이션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수출마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엔화 강세는 일본 주식시장의 최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