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석유화학과 에쓰오일,엠넷미디어와 뱅뱅어패럴,웅진코웨이와 한샘,에스원과 세스코….

서울대 EMBA(Executive MBA) 재학생들이 인수 · 합병(M&A)이 성사될 경우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기업들이다. 지난달 26일 서울대 LG경영관에서 진행된 'M&A 전략과 기업지배구조' 수업에 참가한 40여명의 학생은 가상의 M&A를 통해 전략적 · 재무적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들을 분석 · 제시했다.
◆시너지를 찾아라

'호남석유화학과 에쓰오일의 M&A'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김재환씨(현대캐피탈 과장)는 "호남석유화학이 속한 롯데그룹은 2015년까지 9조~10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갖고 있다"며 "석유화학산업은 원료의 안정적 수급이 반드시 필요한 산업으로 에쓰오일과의 M&A를 통해 석유 개발 등 신사업 진출 및 그룹의 강점인 유통 부문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M&A 성공시 에쓰오일 주유소에서 롯데리아의 햄버거를 판매하는 등 롯데마트,편의점 세븐일레븐,롯데손해보험을 포함한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와 에쓰오일이 창출할 수 있는 시너지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CJ그룹의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엠넷미디어와 청바지로 유명한 뱅뱅어패럴 사이의 M&A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됐다. 발표를 맡은 강세원씨(법무법인 KCL 변호사)는 "엠넷미디어가 보유한 '한류스타'들이 '뱅뱅청바지'를 입고 있는 모습이 M&A 성공의 핵심"이라며 "트렌드를 선도해 나가는 한류스타들의 인지도를 활용해 패션 상품 매출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말 아침 뱅뱅청바지를 입고 애인과 함께 CGV극장에서 영화를 본 소비자들이 영화관에 마련된 '엠넷 스토어'에서 스타들이 입었던 청바지를 하나 더 살 수 있게 하자는 게 그의 제안이다.

웅진코웨이와 부엌가구 시장 1위 기업인 한샘과의 M&A 전략도 나왔다. 발표에 나선 김성영씨(국민은행 차장)는 "웅진코웨이의 주력 제품인 정수기는 회원수 증가율이 최근 몇 년간 정체돼 있다"며 "회사의 수익구조는 안정적인 편이나 매출성장률이 낮은 만큼 한샘과의 M&A를 통해 부엌가구 등 리빙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키울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M&A 성사시 인건비 및 물류비 등 중복투자 비용의 절감 효과와 함께 연 3000억원 이상의 현금 창출로 미래 성장을 위한 재원 확보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이어 시스템보안업체인 에스원과 방제사업을 벌이고 있는 세스코 간 M&A 가능성으로 발표에 나선 김승현씨(SK이노에이스 부장)는 "두 기업 모두 지속적인 성장 모델 구축에 관심이 많다"며 "해외사업 네트워크를 보유한 에스원이 해외시장 진출이 유망한 방제사업과의 결합을 통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니즈를 교육과정에 반영

서울대 EMBA는 기업 및 주요 기관에서 5년 이상 실무경력을 가진 인재들을 대상으로 이들의 경영능력 강화를 통해 차세대 최고경영자로서의 자질을 함양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수업은 매년 3월에 시작하며 주말 집중 프로그램으로 2년(4학기) 과정으로 운영된다. 커리큘럼은 MIT 등 세계적인 대학에서 MBA 강의 경험을 가진 교수진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구성했다. 국내 주요 기업의 인사 담당 임원급 20명으로 MBA 자문위원단을 구성,이들의 의견을 교육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