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협정(FTA)이 하반기 한국 경제의 화두로 떠올랐다. 중국과 대만이 최근 FTA와 다름없는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하면서 중국과의 FTA 체결이 필수 과제로 부상했다. 한국과 대만은 수출 상품의 60%가량이 겹치기 때문에 대만만 무관세 혜택을 받으면 한국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한 · 미 FTA도 핫이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 · 미 FTA 비준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동차 쇠고기 등 민감한 품목에 대한 쟁점을 연내 마무리짓고 내년 초 의회 비준을 추진할 계획이다.

◆세계는 FTA 전쟁 중

세계는 지금 'FTA 전쟁'을 벌이고 있다. FTA를 통해 관세 장벽을 낮출수록 자국 상품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발효 중인 FTA(각종 지역 무역협정 포함)는 총 263건에 달한다. 1990년대 중반까지 50건가량에 머무르던 FTA는 2000년대 중반 들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햇다.

미국이 15건을 체결했고 싱가포르(14건),인도(12건),일본(11건),중국(8건) 등도 다수의 FTA를 체결했다. FTA 체결이 늘어난 것은 전 세계적으로 관세 장벽을 낮추려는 다자 간 무역협상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다자 간 협상이 어렵자 개별 국가 간 양자 협상인 FTA가 대세로 굳어진 것이다.

한국도 2005년 11월 홍콩에서 열린 다자무역협상 도하개발 아젠다(DDA) 각료회의가 무산된 뒤 FTA로 방향을 틀었다. 당시만 해도 한국은 'FTA 지각생'으로 불렸다. 하지만 전방위 FTA 협상을 통해 지금은 총 7건의 FTA를 타결시켜 외형상 'FTA' 선진국으로 도약했다.

특히 세계 1,2위 경제권인 미국 유럽과 모두 FTA를 체결한 점이 돋보인다. 이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또 지난 1월에는 새로운 거대 시장으로 주목받는 인도와 맺은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이 발효됐다. CEPA는 FTA와 마찬가지다. 이 밖에 칠레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아세안 등과 이미 FTA 체제로 움직이고 있다.

또 캐나다 멕시코 콜럼비아 페루 호주 걸프협력회의(GCC) 등 11개국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중국 러시아 일본 등과도 협상을 준비 중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근 중남미 방문을 계기로 멕시코 콜럼비아 등과의 FTA 협상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외화내빈 FTA

대외무역 의존도가 경제의 70%에 달하는 한국은 FTA를 통한 해외 시장 확대가 절실하다. 관세 인하를 통해 수출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FTA 체결이 '경제 영토 확장'으로 불리는 이유다.

하지만 한국의 FTA는 아직까지 큰 실속이 없다. 당장 한 · 미 FTA의 경우 2007년 6월 타결 이후 3년 넘게 발효시키지 못한 채 꽁꽁 묶여 있다. 한 · EU FTA도 작년 10월 서명 이후 아직까지 구체적인 발효 일정조차 못잡고 있다. 미국은 자동차 쇠고기 등 민감한 품목에 대한 자국 내 반발로,EU는 재정위기 수습 등으로 그동안 FTA 의회 비준에 나설 형편이 아니었다.

그 결과 한국의 전체 교역액(수출+수입) 중 FTA를 맺은 국가와의 교역 비중은 작년 기준으로 10.9%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33.8%)은 물론 중국(18.5%),일본(15.9%)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한 · EU FTA가 발효되면 이 비중은 25.3%,한 · 미 FTA까지 발효되면 35.2%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FTA 체결 속도를 높이고 FTA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중국과 대만이 ECFA를 체결함에 따라 중국과의 FTA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 · 중 FTA를 체결할 경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3.17%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또 한 · 중 FTA가 난항을 겪을 가능성에 대비해 한 · 중 · 일 3국 FTA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명진호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원은 "세계적인 경기 부진과 보호무역주의 움직임 속에서 세계 각국은 수출 확대를 위해 FTA 체결을 서두르고 있다"며 "한국도 FTA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