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 제도와 관련,"노조의 압박에 밀려 절대 후퇴하지 않겠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기아차는 노조 전임자 204명에 대해 전원 무급 휴직 처리하는 한편 노조에 관행적으로 제공해온 차량,숙소 등도 환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기아차는 2일 "전임자 임금을 과거처럼 전액 지급하라는 노조의 요구는 개정 노동법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며 "타임오프 원안을 편법적으로 훼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기아차는 이날 경기 광명시 소하공장에서 타임오프 관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특별 단체교섭을 가지려 했지만 노조의 거부로 무산됐다. 노조는 합법적 파업의 명분을 쌓기 위해 임금 및 단체협상을 통해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아차 노조는 오는 16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소집해 파업 수순을 밟기로 했다.

다른 대형 사업장에서도 노사 갈등은 증폭되고 있다. GM대우자동차 노조는 이날 사측과 더 이상 교섭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GM대우의 경우 노조 전임자 86명 중 14명에 대해서만 근로시간 면제가 적용된다. 한국델파이 노조는 6시간 부분 파업을 벌인 데 이어 12일 전면 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전임자 18명 중 근로시간 면제자 4명과 현업 복귀자 명단을 노조에 통보하는 한편 그동안 제공해온 차량과 소모품 등을 반납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파업 여부를 검토 중이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만도는 금속노조 산하 대형 사업장 중 처음으로 임단협을 타결했지만,타임오프 문제에 대해서는 협의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본격적인 타임오프 무효화 투쟁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기아차 노조가 16일 파업 여부를 결정하는 만큼 이 시기에 맞춰 압박 수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금융노조도 중앙위원회를 열고 한국노총 탈퇴 안건을 논의했다. 한국노총이 '노 · 사 · 정 합의'를 통해 타임오프 시행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금속노조가 개별 사업장의 단체협약 내용을 행정기관에 신고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려 새로운 노 · 정(勞政) 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속노조는 '단체협약 행정기관 제출 거부 긴급지침'에서 "노사 자율로 맺은 단협을 행정기관에 제출하지 말고 회사 측에도 이를 요구하라"고 밝혔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은 단체협약 당사자가 단협 체결일로부터 15일 이내에 행정관청에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노사 양측은 3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조재길/최진석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