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인 아리아, 강렬한 플라멩코…그 여운은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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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한경 주최 오페라 '카르멘'
오페라 '카르멘'의 클라이맥스이자 마지막 곡인 '당신이요? 나요!(C'est toi? C'est moi!)'를 숨막히게 부르며 결국 호세가 카르멘을 죽이고 만다.
그가 죽은 카르멘을 끌어안고 '내가 사랑하는 카르멘을 죽였다'고 절규하자 막이 내리고 숨을 죽이던 관객들은 공연장이 떠나가도록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출연진과 스태프들은 몇 번이나 커튼콜로 화답했다. 한여름 밤을 수놓은 오페라의 향연이었다.
한국경제신문과 베세토오페라단이 체코 스테트니극장을 초청,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한 '카르멘'은 세계 정상급 오페라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무대였다. '카르멘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즈니크 크로스카가 연출을 맡아 국내 무대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역동적인 '카르멘'을 선사했다.
비제의 '카르멘'은 '꽃노래''하바네라''투우사의 노래' 등 유명 아리아가 유독 많고 독창과 합창이 어우러지는 대목이 풍부해 음악적인 면만 봐도 탁월한 오페라.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오케스트레이션 기법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면 음표 한 개도 버릴 것 없는 '카르멘'의 악보를 연구하라"고 찬사를 보낼 정도다.
이날 지미 미쿨라가 지휘하는 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무곡 느낌의 빠른 템포 곡까지 정확하게 연주하며 비제 오케스트레이션의 화려한 색감을 제대로 살렸다. 무대 연기자들과의 앙상블도 돋보였다. '투우사의 노래' 등 배우들과 합창단이 긴박하게 주고 받는 부분도 흐트러짐 없이 받쳐줬다.
무대는 명료했다. 수많은 등장인물이 나와도 치밀하게 계산된 동선 덕분에 산만하게 보이지 않았다. 특히 1막,4막에 등장한 계단 구조는 무대를 폭 넓게 느끼게 해줬고 주요 인물의 등장과 퇴장 과정까지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이번 공연에서 플라멩코 장면도 눈길을 끌었다. 보통 발레 무용수나 비전문가가 소화하던 플라멩코 장면에서 플라멩코 전문 댄스팀인 '롤라 플라멩코단'이 무대에 섰다. 2막에서는 무대 가운데 댄스 플로가 마련돼 뮤지컬만큼 눈도 즐겁게 해줬다.
타이틀 롤을 맡은 메조 소프라노 갈리아 이브라기모바는 카르멘의 팜파탈 면모를 그대로 표현했다. 지금까지 800회 이상 카르멘 역을 맡은 그의 연기는 능수능란했다. 그는 1막에서 유명한 아리아 '하바네라'(원제:L'amour est un oiseau rebelle · 사랑은 반항적인 새와 같은 것)를 선명한 고음으로 또렷이 살리며 객석을 매료시켰다.
테너 라파엘 아르투로는 탁 트인 발성과 깊은 울림으로 다혈질인 돈호세 역을 연기했다. 마지막 카르멘을 죽이는 장면에서 특히 발군의 실력을 보여줬다.
에스카밀로 역을 맡은 바리톤 고성현씨는 2막의 '투우사의 노래'(원제:Votre toast,je peux vous le rendre · 여러분의 건배에 보답하리라)에서,미카엘라 역의 김인혜씨는 3막의 '이젠 두렵지 않아'(Je dis que rien ne m'epouvante) 열창으로 큰 환호를 끌어냈다. 나라오페라합창단과 송파 소년소녀합창단의 탄탄한 가창력도 공연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번 공연은 7일까지 계속된다. 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역에서 예술의전당까지 오가는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02)3476-6224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