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의 "투자매직'…2조5000억 거둬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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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 유럽싱가포르 상장
공격적인수→발빠른 자금회수→투자기회 모색 '성공방정식'
공격적인수→발빠른 자금회수→투자기회 모색 '성공방정식'
인수 · 합병(M&A)을 한 뒤 투자금 회수에 나서는 강덕수 STX그룹 회장의 판단은 언제나 빠르고 정확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2001년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을 인수했을 때도 곧바로 HSBC에 지분 15%를 액면가의 3배 금액으로 팔아 넘겼다. 1년 반 뒤에는 지분 30%를 상장(IPO)해 1810억원의 투자금을 회수했다. 2004년 초 범양상선(현 STX팬오션)을 사들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3년 후 싱가포르에 상장해 4000억원 이상을 거둬들였다.
'공격적인 인수→재빠른 투자금 회수→다른 투자기회 모색'으로 이어지는 '강덕수식(式) 투자 기법'은 2007년 아커야즈(현 STX유럽)를 인수한 뒤에도 계속되고 있다. 2008년 말 STX유럽의 프랑스 조선소인 STX프랑스크루즈의 지분 33.3%를 프랑스 정부에 4000억원을 받고 매각한 데 이어,이번엔 STX유럽 해양플랜트 · 특수선 사업부문의 해외 증시 상장에 나선 것이다.
◆아커야즈 인수자금의 절반 회수
STX는 작년부터 가나 주택 사업 및 추가 기업 인수 등 미래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선제적 유동성 확보 방안을 추진해 왔다. STX중공업과 STX에너지 STX유럽 STX다롄(중국 생산기지) 등 비상장 계열사들의 일부 지분을 매각(Pre-IPO)하거나 일부 지분을 상장하겠다는 복안이다. 남유럽발 경제위기 등으로 자금조달 시기를 다소 늦춰왔던 STX는 최근 대규모 자금조달 프로젝트의 첫 대상으로 STX유럽의 해양플랜트 · 특수선 사업부문을 선택했다. 6개국에 15개 사업장을 보유한 알짜 자산이어서다. 다만 STX는 국내 시장의 경우 지분 매각이나 상장 여건이 무르익지 않았다고 판단,해외 증시를 선택했다. 수익성이 높아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관심을 끌 수 있는 STX유럽의 해양플랜트 · 특수선 사업부문을 떼어내,싱가포르 증시에 상장을 추진하게 된 배경이다.
STX프랑스크루즈 일부 지분 매각에 이어 이번 STX유럽 해양플랜트 · 특수선 사업부문의 해외 상장이 성사되면,STX는 STX유럽 인수를 위해 투입했던 자금(1조7000억원)의 절반 이상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STX가 그동안 국내에서 산업은행 등과 함께 비상장 계열사에 대한 지분 매각이나 상장을 준비했지만,시간이 지체되면서 STX유럽의 싱가포르 상장을 추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를 계기로 해외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다른 계열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최대 2조5000억 조달
STX는 이번 싱가포르 증시 상장을 시작으로 STX유럽 크루즈선 및 일반상선 사업부문에 대한 지분 매각과 추가 상장 등도 추진할 방침이다. STX중공업 STX에너지 STX다롄 등 비상장 계열사의 일부 지분을 추가 매각하거나 상장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이를 통해 STX는 내년 상반기까지 총 2조5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끌어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TX는 빠르면 연내에 STX중공업과 STX에너지 지분을 각각 30~40%씩 매각해 3000억~4000억원가량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STX유럽과 STX다롄 지분도 각각 30%씩 처분해 5000억~6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비상장 계열사 지분 매각으로만 1조원 안팎의 자금 확보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STX중공업은 STX조선해양이 지분 100%를 갖고 있으며 STX에너지 STX유럽 STX다롄 등은 지주사인 ㈜STX를 포함해 그룹 관계사들이 대부분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올 연말부터 STX유럽을 시작으로 STX중공업 STX에너지 STX다롄 등의 잔여지분을 상장해 1조5000억원을 조달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STX중공업과 STX에너지는 국내에서 상장하고,STX유럽의 나머지 사업부문 및 STX다롄은 런던이나 홍콩 등에서 해외 상장을 추진할 방침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TX가 비상장 계열사의 일부 지분을 매각하거나 상장을 추진하는 것은 지분을 분산시키면서 현금흐름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