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민간과 정부 간 경기 평가가 확연하게 엇갈리고 있다. 민간 이코노미스트들은 고용 현황과 주택 · 제조업 등 각종 경제지표에 비춰볼 때 미국 경제 회복이 예상보다 훨씬 미약할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정부는 앞으로 경기부양을 위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본격 시작되면 경제가 순항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3일 UBS증권은 악화된 고용사정을 반영,미국의 하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의 3%에서 2.5% 수준으로 낮췄다. 경제 회복을 낙관했던 바클레이즈 등도 신중한 톤으로 경기 전망을 낮췄다. 더블딥(경기 상승 후 재하강)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경기 회복 정도가 미약할 것이란 분석에 따른 전망 조정이다. 이코노미스트들은 2.5% 내외의 성장률로는 악화된 고용시장을 안정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불안한 경제지표, 어려운 판단

전날 노동부의 고용 통계에 따르면 임시직 센서스 조사원을 감축한 데 따른 것이긴 하지만 지난달 고용이 12만5000명 감소했다. 민간 부문 고용이 시장 예상을 밑도는 수준인 8만3000명 증가하는 데 그친 탓이다. 실업률이 전달의 9.7%에서 9.5%로 떨어진 것은 장기 실업에 지쳐 구직을 포기한 65만2000명이 통계에서 제외된 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고용 현황이 경기 불안감을 증폭시킨 이유는 앞서 발표된 경제 통계들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 경기 회복을 주도했던 제조업이 주춤하면서 하반기는 물론 2011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최근 발표한 지난달 제조업지수는 56.2로 전달 59.7보다 하락했다. 경기확장 여부를 가늠하는 50을 넘긴 했지만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59를 밑도는 것이다. 주택시장도 여전히 불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5월 신규주택 판매는 전달에 비해 32.7% 급감했고 기존주택 거래도 전달보다 2.2% 줄었다.

버나드 바우몰 이코노믹아웃룩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시장 개선이 지연됨에 따라 재정적자 축소론자들과 경기 부양론자 간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달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각국이 2013년까지 재정적자 규모를 절반 수준으로 감축하기로 합의한 만큼 당장 추가 재정 확대 방안 검토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유럽 국가들의 재정 긴축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미국에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대공황기 정책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과감하게 재정을 풀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긴축론자들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여름 경기 회복론'美 정부에 낙관

민간에서 경기하강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 반해 미 행정부는 '여름 경기 회복론(Summer of Economic Recovery)'을 주장하고 있다. 올 여름 △3만마일의 고속도로 개보수 △2800개의 수질 관련 프로젝트 △12만가구의 에너지 효율화를 통해 재정을 사회간접자본에 집중 투입하면 고용이 창출되고 경제가 뚜렷한 회복세를 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방 주택 및 도시개발부의 론 심스 부장관은 최근 백악관 블로그에서 "올 여름은 경기 회복이 활발한 계절이 될 것"이라며 "재정 집행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기업 매출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2일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센서스 임시직 조사원의 감소로 지난달 일자리가 줄었지만 민간 분야 일자리는 6개월 연속 증가한 점을 강조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