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한 국제회의에서 각 나라의 경제 현황과 회계인프라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이때 네팔이 자국의 경제 현황을 설명하면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미화 500달러라고 했다. 반면 이에 앞선 뉴질랜드 보고에서는 1인당 GDP가 미화 4만달러라고 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참석하고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선진국이니까 잘사는 것이고,개발도상국이니까 못 사는 것이라는 고정 관념이 있는 듯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한국은 50년 전만 해도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가난한 나라였으나 지금은 주요 20개국(G20)국가로서 이번 가을 서울에서 G20 정상회의를 개최한다"고 설명하자 참석자 모두가 놀라는 표정이었다. 확실히 우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일하게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발전한 기적을 이뤘다.

경제 기적을 이룬 우리의 역동성은 스포츠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지난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선 선진국들의 전유물인 피겨스케이팅에서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땄고,이번 남아공월드컵을 통해 우리 젊은이들은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뤘다. 밴쿠버대회나 월드컵에서의 선전은 신세대가 기존 세대와 다르다는 점과 글로벌 인재가 앞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었다. 글로벌 인재는 세계 어디에 갖다 놔도 잘 적응하게 마련이다. 시키는 일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엘리트가 글로벌 인재다.

우리나라의 인구는 약 4800만명이다. 영국이나 프랑스,독일의 약 6000만명에는 못 미치지만 그렇다고 세계 곳곳에서 공헌하는 데 부족하진 않다. 이번 월드컵에서 브라질을 꺾고 4강에 진출한 네덜란드는 인구가 1700만명 정도다. 네덜란드는 GDP로 본 2010년 세계경제순위에서 14위로 15위인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그러나 인구가 약 3분의 1 규모이니까 1인당 소득수준은 우리보다 3배가량 높은 셈이다.

이제껏 글로벌이라고 하면 우리가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우리 제품을 해외에 팔고 우리 건설사가 해외공사를 수주하고 대기업이 해외에 공장을 짓고,우리 학생들이 해외에서 공부하고 직장을 잡고 하는 것이 글로벌의 개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공장을 짓고,제품을 팔고,외국 학생들이 와서 공부하고,우리나라에서 근무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바람직하게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 다음 단계의 글로벌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도 외국인 수가 100만명을 넘어서 외국인 비율이 약 2.2%에 달한다. 다문화사회로 나아가는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미국이나 캐나다는 고사하더라도 독일의 5%나 프랑스의 7%와 비교하면 양적인 면은 물론이거니와 질적인 면에서도 많이 부족하다. 우리의 인재들이 세계로 나아가듯이,세계의 인재들을 우리나라에 유치해야 한다. 세계의 인재들이 우리나라에서 편안하게 근무할 때,또 근무하고 싶어할 때 우리의 경쟁력은 한 차원 더 높아질 것이다.

최근 우리 대학들도 외국인 학생들을 유치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웃 일본이나 중국의 노력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일본은 외국인 유학생 수가 이미 10만명을 돌파하고 이제는 3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은 10년 내 50만명의 유학생을 유치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싱가포르는 이미 글로벌 교육허브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인력수지면에서 많은 적자를 보고 있다. 적자라는 것은 들어오는 인재보다 나가는 인재가 많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도 선진국이 되기 위해 '한강의 기적'을 이어가려면 글로벌 인재들이 우리나라에 몰려올 수 있도록 국가가 체계적인 정책을 펴 나가야 한다.

주인기 연세대 교수·경영학 / 아시아태평양회계사연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