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의 가장 중요한 소양은 도덕성인데 시세를 조종하는 것은 도덕성이 결여됐다는 얘기다. 이런 펀드매니저는 반드시 추방돼야 한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사장) "원 스트라이크 아웃(one strike out) 제도를 도입해 한번이라도 불공정 거래를 하면 영구 퇴출시켜야 한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

자산운용업계 최고경영자(CEO) 등 전문가들은 펀드의 불법 시세 조종을 막기 위해선 펀드매니저의 윤리의식을 높이기 위한 업계 전반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펀드에 대한 장기 성과 평가와 내부 통제 시스템 강화가 절실하며 법 위반 시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덕성 회복 급선무

CEO들은 펀드매니저의 윤리의식을 불공정거래 예방의 최우선 요건으로 꼽았다. 이 사장은 "감독당국이 조사하고 적발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며 "펀드매니저 개개인의 도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방길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도 "'수탁자의 책임'에 따르는 고도의 윤리의식을 배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펀드매니저를 선발해 양성하는 초기 단계에서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장 사장은 "펀드매니저 선발 기준은 운용사 자율이지만 운용사 CEO는 도덕적 소양을 갖춘 펀드매니저를 뽑기 위해 강한 책임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덕적 자질이 부족한 펀드매니저를 솎아내고 과거 불공정 거래 전력이 있는 사람은 퇴출되도록 업계가 공동 노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내부 통제 시스템 정비

업계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조재민 KB자산운용 사장은 "단기 성과를 중시하는 운용업계 관행상 펀드매니저들이 단기 수익률에 부담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장기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고 펀드매니저의 평가도 '장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 수익률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펀드매니저들이 단기 수익률 스트레스로 인한 불공정 거래 유혹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는 진단이다.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도 "단기 성과를 추구하다 보니 유혹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며 "평가 방식이나 경쟁 환경을 장기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운용사는 아예 3년간 수익률을 기준으로 평가하거나 1년(평가 비중 20%)이나 2년(30%)보다 3년(50%) 또는 그 이상 기간의 수익률에 큰 비중을 두고 평가하고 있다.

정찬형 한국투신운용 사장은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강화해 펀드매니저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적어도 분기에 한번씩 컴플라이언스(내부 통제 및 위험관리 시스템) 교육을 실시하고 시스템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투운용은 불공정 거래를 막기 위해 운용 시간 중에는 펀드매니저의 개인적인 휴대폰 사용까지 금지하고 있다.

◆'원 스트라이크 아웃'검토해야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특정 운용사나 일부 펀드매니저의 비리로만 치부하기엔 사안이 너무 심각하다는 시각이다. 자칫 펀드시장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투자자들이 등을 돌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장 사장은 "'한번쯤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도덕불감증을 낳는다"며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아예 일벌백계하는'징벌적 페널티'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노희진 자본시장연구원 정책제도실장은 "국내에선 시세 조종,작전 등 불공정 거래에 대한 벌금이 많아야 이익금의 두 배 정도"라며 "미국 등 선진국은 이익 규모와 무관하게 수억달러까지 벌금을 물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익에 상응하는 벌금만 부과하는 대신 반시장 행위를 금지시키고,유사 행위 재발을 막기 위해 실제 이익 규모와 무관하게 엄청난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 실장은 "이렇게 되면 펀드매니저 당사자뿐 아니라 관리 책임이 있는 운용사도 심각한 타격을 입게 돼 운용사 스스로 내부 통제에 적극 투자하고 철저히 관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정환/박민제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