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쌍둥이칼 뛰어넘는 열처리 명품 내놓을 것"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오바마도 극찬한 필로스테크놀로지 고종호 회장
지난 2월6일.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가진 주례연설에서 한 중소기업의 성공 사례를 소개했다. "새뮤얼 고는 2003년 일리노이주 중소기업청(SBA)을 찾았을 때 사업 경험이 없었고 가진 것은 오직 새 금속 제조기술에 대한 특허가 전부였다. 그러나 그가 경영하는 필로스테크놀로지는 미국 중서부 전역에 공장을 두고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 오바마 대통령이 극찬한 필로스테크놀로지는 새뮤얼 고(한국명 고봉섭 · 34) 사장의 아버지 고종호 회장(65)이 창업한 열처리 업체.오바마 대통령이 고봉섭 사장을 거명하게 된 건 고 사장이 2009년 미국 SBA로부터 '2009 최우수 모범 기업인'에 뽑혀 대통령 행사에 참석한 게 계기가 됐다.
하루아침에 미국의 전국구 스타 기업이 된 필로스테크놀로지 고종호 회장은 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 우물을 판 '기업가 정신'에 대해 정부가 박수를 쳐주는 문화에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미국 시카고에 본사를 둔 필로스테크놀로지는 금속에 티타늄을 입혀 경도를 높이는 '티타늄 나노 열처리' 기술을 활용해 자동차 변속장치와 엔진,우주항공 부품,의료기계 등을 만드는 회사다. 고 회장이 필로스테크놀로지를 세운 것은 17년 전인 1993년.한국에서 23년간 삼보금속이란 도금업체를 운영하던 그는 사업을 정리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그는 "당시 노조활동이 극단적이었고 대기업의 가격 인하 압력이 커 한계를 느꼈다"며 미국행의 이유를 설명했다.
미국행 비행기에 오를 때 그의 손에는 집을 판 돈과 중고 기계 몇 대의 물품운송증만 있었을 뿐이었다. 고 회장은 무일푼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기술력 하나만으로 회사를 키워냈다. 지난해 필로스테크놀로지 매출은 8000만달러로 미국 6개주에 열처리 공장을 두고 있다. 혼다 제너럴모터스(GM) 할리데이비슨 등 쟁쟁한 기업과 미국 방산업체들이 이 회사에 열처리를 맡기기 위해 줄을 설 정도다.
미국 사업이 안정궤도에 접어들자 고 회장은 한국 사업을 재개했다. 2004년 한국법인인 'PLS코리아'를 세운 그는 지난해 칼,가위 등을 만드는 필로스C&S를 설립했다. 올해 4월에는 스케이트날,골프헤드 등을 제작하는 필로스 센츄리 스포츠를 세운 데 이어 지난달엔 익산시와 연료전지 금속분리판 공장을 짓기로 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그는 "종전처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납품하는 열처리로는 명품을 만들 수 없다"며 "한국법인을 통해 독일제 쌍둥이 칼이나 일본 회칼을 능가하는 명품 열처리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자신했다. 실제로 고 회장은 필로스C&S를 통해 올초부터 100만~300만원대의 명품 미용가위,가정용 칼,명품 회칼,프라이팬 등을 내놓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필로스 센츄리 스포츠를 통해 고급 골프헤드와 스케이트날도 선보일 계획이다.
그는 "한국이 명품 브랜드 생산 국가가 되기 위해선 한 분야에서 평생을 종사하는 중소기업인들의 기술을 존중하는 풍토가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