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앞으로 2~3년간 신입직원 채용을 최소화 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등 주요 계열사 직원 수가 경쟁회사들에 비해 많고 직원 1인당 생산성도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어 내정자는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을 줄이고 서민금융 지원 차원에서 캐피털회사를 세우는 방안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KB금융 사장은 13일 열리는 주주총회 후 시간을 갖고 선임할 예정이다.

◆인력구조 효율화 방안 강구

어 내정자는 지난달 28일부터 서울 시내 모 호텔에 임시사무실을 마련하고 계열사 임원 및 부서장들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고 있다. 이달 7일까지 국민은행 관련 업무보고를 받고 8일부터는 비은행 계열사에 대한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어 내정자는 이 자리에서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KB금융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설명하며 앞으로 어떤 식의 경영을 해 나갈지 구체적으로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어 내정자가 가장 강조한 점은 국민은행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의 생산성 향상이다. 어 내정자는 국민은행 직원 수가 경쟁은행에 비해 많고 직원 1인당 생산성도 다른 은행에 비해 떨어지는 점을 문제 삼았다. 어 내정자는 "경영 효율화를 위해 앞으로 2~3년간 신입사원을 뽑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국민은행의 직원 수는 3월 말 기준 2만5789명으로 신한은행(1만2904명)과 우리은행(1만4924명)에 비해 2배가량 많다. 하지만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을 직원 수로 나눈 1인당 생산성은 2017만원으로 신한은행(4561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우리은행(3080만원)과 하나은행(3227만원)에 비교해서도 3분의 2 수준에 불과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어 내정자가 당분간 신입사원을 채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연말께는 희망퇴직도 실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올해 초 국민은행 종합검사에서 직원 수가 타행에 비해 많다는 점을 지적했었다. 금융계에서는 500~600명 수준인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을 포함해 많게는 1000명 이상이 은행을 떠날 것으로 보고 있다.


◆캐피털사 설립하고 통합 사옥 마련

어 내정자는 서민금융 지원 차원에서 캐피털사를 설립하는 방안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에서 대출 받기 힘든 저신용자들에게 대출을 해줌으로써 KB금융의 이미지를 높이고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비은행 계열 자산 비중을 끌어올리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4대 금융지주사 중 캐피털 회사를 자회사로 갖고 있지 않은 곳은 KB금융이 유일하다.

어 내정자는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신용카드사 분사도 고려 중이다. KB금융은 2008년 9월 지주사로 출범한 후 1년 이내 은행에서 카드사를 떼어내는 것을 추진했지만 황영기 전 회장의 중도 퇴임으로 보류됐었다.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앞으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오래 가면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부동산 관련 대출이 전체 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 안팎이다. 60%를 약간 웃도는 신한은행 등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어 내정자는 통합 사옥 마련에도 힘쓸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KB금융과 국민은행 본점은 서울 명동과 여의도 등에서 '네 집 살림'을 하고 있다. 어 내정자는 통합사옥이 마련되기 전까지 국민은행 여의도본점에서 근무할 계획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