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잇따라 하향 조정되고 있다. 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 전망치를 종전의 11.4%에서 10.1%로 낮췄다. BNP파리바도 10.5%에서 9.8%로,맥쿼리증권도 10%에서 9.5%로 내렸다. 맥쿼리증권은 지난달 전망치를 10.5%에서 10%로 낮춘 지 한 달여 만에 다시 내렸다. 중국계 시틱은행도 10.3%에서 10.1%로 하향 조정했고,중국 최대 투자은행인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도 지난달 10.5%에서 10%로 끌어내렸다. 중국 제조업 동향을 보여주는 6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14개월(HSBC 발표 기준) 만에 최저 수준을 보인 것과 맞물려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 금융사가 꼽은 경기둔화 배경은 한결같이 △은행 대출 억제 △부동산 긴축이다. 이삭 멍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4월부터 본격화된 부동산 긴축 조치는 매우 공격적이지만 아직 부동산 버블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단기간에 부동산 긴축이 완화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떨어지고 있지만 중국 정부의 올해 목표치이자 지난해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8%는 크게 웃돌고 있다. 중국 정부가 바오바(保八 · 8%대 성장률 사수)를 목표로 내세웠던 지난해의 경우 1분기 성장률이 6.2%로 급격히 둔화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컸지만 지난해 연간으로 9.1% 성장하면서 '임무'를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에서는 매년 필요한 일자리가 1000만명에 달해 8%는 넘어야 지속성장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중국의 경기둔화에 대해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은 경착륙보다는 연착륙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쑨밍춘 노무라홀딩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경기둔화는 지속성장이 가능한 고성장 국면으로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경제참고보가 "부양책에 힘입은 고성장은 지속가능할 수 없다"며 "발전 방식을 전환하는 게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보장하는 길"이라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 1분기 성장률 11.9%의 과열 경제를 식히면서 빈부격차와 과도한 수출 의존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원자바오 총리가 최근 "중국 경제가 예정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중국에는 좋은 경기둔화가 세계 경기의 단기 전망에는 도움을 주지 않는다"(블룸버그통신)는 지적도 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