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신도시에서 아파트 분양을 준비 중인 P사는 요즘 좌불안석이다. 당초 올 상반기 분양 예정이었지만 이달 들어서도 날짜를 잡지 못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대거 미분양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냥 분양을 늦출 수도 없다. 가뜩이나 상황이 좋지 않은데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금융비용 탓에 분양가를 오히려 올려야 할 판이다. P사 관계자는 "얼마 전만 해도 말뚝만 박으면 팔리는 곳이었다"며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버팀목으로 불려온 송도신도시도 수요자들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난 것 같다"고 한숨지었다.

주택 청약시장은 부동산 시장으로 시중 부동자금이 몰리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상반기 청약 성적표를 보면 부동산 시장의 인기는 바닥이다. 국제업무단지 조성 계획으로 각광받고 있는 서울 용산을 비롯 청약불패 행진을 이어가던 인천 송도신도시와 청라지구 등도 속속 미분양이나 분양권 마이너스 프리미엄 대열에 합류했다. 경기도 성남 판교신도시,수원 광교신도시,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등 선호도 A급 지역에서도 주변 시세보다 낮게 분양되는 물량에만 수요가 제한적으로 형성될 정도다.

부동산 시장이 외면받고 있는 것은 아파트값이 더 오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수요자들은 가격이 너무 올라 아파트를 매입하더라도 은행 금리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시세보다 싼 보금자리주택 150만채를 공급키로 하면서 굳이 비싼 민간 주택을 살 필요가 없다고 느낀 예비 청약자들이 많아진 것도 부동산 인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인구 감소,1~2인 가구 증가,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로 부동산 불패 신화가 막을 내릴 것이란 예측도 아파트 매입을 주저케 만들고 있다. 총부채상환비율(DTI),분양가 상한제 등도 여전히 위력을 발휘해 시중 부동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는 것을 막고 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