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몰리는 시중자금] "주식도 부동산도 마땅치 않아"…두달새 34조 은행 유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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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 위축 조짐에 가계소득 증가분 대부분 안전자산에 맡겨
정기예금 등 은행 저축성예금은 부동산 시장이 초호황이었던 2006년엔 19조원 증가에 그쳤다. 주식시장이 절정이었던 2007년엔 2조원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저축성 예금은 2008년 71조2000억원,2009년 77조8000억원 증가했다. 주식이나 부동산에 비해 기대수익률은 낮지만 안전하고 확정금리를 지급한다는 장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은행 예금 선호현상이 올 상반기 들어 매우 강해진 것은 '불황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올 상반기 중 은행 저축성예금 증가액은 77조8000억원으로 지난 한 해 동안의 증가액과 같다.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지난해보다 오히려 더 커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상반기 78조원 어디서 왔나
상반기 중 저축성예금 78조원 가운데 절반가량은 양도성예금증서(CD)에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들이 CD의 만기가 돌아오면 재발행하지 않고 정기예금 등으로 갈아탈 것을 집중 권유했다. 실제 CD 발행잔액은 지난해 말 103조원에서 지난달 29일 65조3000억원으로 38조원가량 감소했다.
나머지 40조원 가운데 10조원은 주식형펀드에서 넘어온 것으로 은행 관계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개인들이 주가가 오를 때마다 환매에 나서면서 상반기 중 주식형펀드에서 10조원이 유출됐는데 이 돈이 위험이 없는 정기예금 등으로 이동한 것이란 얘기다.
나머지 30조원 중 상당액은 소득 증가분으로 풀이되고 있다. 상반기 중 7% 이상의 경제성장률(정부 추정)에 힘입어 명목 국민소득이 크게 늘어난 결과다. 1분기 중 명목 국민소득은 지난해 4분기에 비해 2.8% 증가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특히 부동산시장이 침체돼 있어 가계가 소득 증가분의 대부분을 은행에 맡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왜 예금에 돈 몰리나
은행 저축성예금은 1분기에 34조원,2분기에 42조원 증가했다. 1분기엔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예대율 규제를 의식해 예금 증대에 적극 나섰다. 예대율 규제란 대출금을 예금으로 나눈 비율이 100%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엔 이 비율이 120%에 달했다. 금융당국은 예대율 규제를 2014년부터 적용키로 했지만 은행들은 평판을 고려해 미리부터 예금 늘리기에 나섰다. 1~2월 중 은행들은 연 5% 이상의 고금리 특판예금을 팔기도 했다.
2분기 들어와선 은행들이 고금리 수신을 중단했지만 은행으로의 자금이동은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결정적 계기는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 때문이다. 5월 초 그리스 사태로 주가가 출렁거리자 낮은 금리도 좋으니까 안전하게 운용하겠다는 심리가 더욱 강해졌다. 5월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연 3% 아래로 떨어졌지만 저축성 예금에는 22조원이나 몰려들었다. 지난달에도 12조6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저축성 예금으로 이동했다.
◆하반기에도 흐름 비슷할 듯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사정이 나아지지 않는 한 은행으로의 자금집중 현상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남유럽 사태에다 중국 및 미국의 경제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쉽사리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증권시장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2주일 새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7% 하락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0% 떨어졌다. 국내 코스피지수도 4% 하락했다.
지난달 캐나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20개 회원국이 재정적자 규모를 3년 동안 절반으로 감축키로 함으로써 글로벌 경제의 둔화 가능성이 높아진 결과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