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자금 회수위기 몰리자 … 자전거래로 '수익률 밀어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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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수익률 조작 또 적발
금융감독원은 불법 자전거래를 통해 펀드 수익률을 높인 명백한 사례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펀드시장이 급성장세를 보인 10여년 전부터 제기돼 온 문제가 터졌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이번 조사는 금감원이 한국거래소에서 확보한 블록 딜(종목 가격 수량을 미리 결정한 대량 매매) 내역을 분석한 데서 출발했다. 대량 매매 체결 시스템인 케이블록을 통한 대량 거래와 이를 통해 얻은 매매차익이 많은 3개 자산운용 · 투자자문사를 조사했다. 조사 대상 3곳 중 2곳에서 불법 행위가 적발돼 펀드 수익률 조작이 드문 일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금감원의 평가다.
조작 수법도 업계에서 회자되던 대로 전형적인 '수익률 밀어주기'가 동원됐다. A자산운용은 국민연금에서 1037억원의 주식형펀드 자금을 위탁받았지만 성과 부진으로 회수 위기에 몰리자 수익률 조작에 나섰다. A운용은 2008년 상반기 국민연금의 평가에서 최하위 C등급을 받아 259억원을 회수당한 뒤,그해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6개월여 동안 펀드 간 자전거래를 시도했다. 자전거래 규모는 62건,562억원에 달했다.
이를 통해 국민연금 위탁 펀드 수익률을 2.25%포인트 끌어올리는 등 총 30억여원의 부당이익을 낸 데 힘입어 자금 전액 회수를 모면했다. 이어진 2008년 하반기 평가에서 한단계 높은 B등급을 받아냈기 때문이다.
A운용은 케이블록시스템을 통해 자신들이 운용하던 19개 펀드에서 16개 종목을 시세(직전 체결가)보다 3~12% 싸게 넘겨받고,국민연금 위탁 펀드의 주식 중 ○○에너지 등 10종목은 19개 펀드에 4~10% 비싸게 처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B투자자문도 2007년 6월부터 2년간 비슷한 방식으로 사학연금 위탁 펀드 수익률을 조작했다. B자문 펀드매니저는 자신이 동시에 운용하던 국민연금 펀드에서 14개 종목을 3~8% 싸게 가져오고 사학연금펀드에서 갖고 있던 5개 종목은 직전 체결가격보다 1~7% 높게 매도해 수익률을 2.4%포인트 끌어올렸다. 두 펀드 간 자전거래는 총 21건,45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처럼 펀드운용회사들이 인위적인 평가차익을 발생시켰는데도 국민연금과 사학연금공단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최고의 '갑'인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치면서까지 감행했다는 점에서 구조적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과 함께 펀드매니저들이 느끼는 성과 압박의 무게가 전해진다"며 씁쓰레해 했다. 그는 "요즘 펀드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높아져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업계 전반의 후진적인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로 활용하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
이번 조사는 금감원이 한국거래소에서 확보한 블록 딜(종목 가격 수량을 미리 결정한 대량 매매) 내역을 분석한 데서 출발했다. 대량 매매 체결 시스템인 케이블록을 통한 대량 거래와 이를 통해 얻은 매매차익이 많은 3개 자산운용 · 투자자문사를 조사했다. 조사 대상 3곳 중 2곳에서 불법 행위가 적발돼 펀드 수익률 조작이 드문 일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금감원의 평가다.
조작 수법도 업계에서 회자되던 대로 전형적인 '수익률 밀어주기'가 동원됐다. A자산운용은 국민연금에서 1037억원의 주식형펀드 자금을 위탁받았지만 성과 부진으로 회수 위기에 몰리자 수익률 조작에 나섰다. A운용은 2008년 상반기 국민연금의 평가에서 최하위 C등급을 받아 259억원을 회수당한 뒤,그해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6개월여 동안 펀드 간 자전거래를 시도했다. 자전거래 규모는 62건,562억원에 달했다.
이를 통해 국민연금 위탁 펀드 수익률을 2.25%포인트 끌어올리는 등 총 30억여원의 부당이익을 낸 데 힘입어 자금 전액 회수를 모면했다. 이어진 2008년 하반기 평가에서 한단계 높은 B등급을 받아냈기 때문이다.
A운용은 케이블록시스템을 통해 자신들이 운용하던 19개 펀드에서 16개 종목을 시세(직전 체결가)보다 3~12% 싸게 넘겨받고,국민연금 위탁 펀드의 주식 중 ○○에너지 등 10종목은 19개 펀드에 4~10% 비싸게 처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B투자자문도 2007년 6월부터 2년간 비슷한 방식으로 사학연금 위탁 펀드 수익률을 조작했다. B자문 펀드매니저는 자신이 동시에 운용하던 국민연금 펀드에서 14개 종목을 3~8% 싸게 가져오고 사학연금펀드에서 갖고 있던 5개 종목은 직전 체결가격보다 1~7% 높게 매도해 수익률을 2.4%포인트 끌어올렸다. 두 펀드 간 자전거래는 총 21건,45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처럼 펀드운용회사들이 인위적인 평가차익을 발생시켰는데도 국민연금과 사학연금공단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최고의 '갑'인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치면서까지 감행했다는 점에서 구조적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과 함께 펀드매니저들이 느끼는 성과 압박의 무게가 전해진다"며 씁쓰레해 했다. 그는 "요즘 펀드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높아져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업계 전반의 후진적인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로 활용하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