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산업시대와 다르게 부모가 재산을 죽을 때까지 갖고 있기보다는 생전에 자녀에게 증여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 수십억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자녀가 성장했을 때 한꺼번에 증여하거나 사후 상속하는 것보다 자녀가 어렸을 때부터 미리미리 증여하는 게 세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증여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증여가 무엇인지,증여세가 어떻게 계산되는지 등 기본적인 것부터 알아둬야 한다.

◆증여란

증여란 일반적으로 한 사람이 무상으로 재산을 상대방에게 수여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락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 일종의 계약이라고 할 수 있다. 타인의 증여로 인해 증여일 현재 재산이 이동한 경우 그 증여재산에 대해 증여세를 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증여세 포괄주의'를 도입했다. 증여의 개념을 형식,명칭 등과 상관없이 타인으로부터 사실상 무상으로 취득한 재산이나 타인의 기여에 의한 재산가치증가분이라고 포괄적으로 정의했다. 따라서 증여 재산의 범위는 금전으로 바꿀 수 있는 모든 물건과 재산적 가치가 있는 법률상 · 사실상의 모든 권리를 포함한다. 증여를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증여사실을 위장 · 은폐하는 경우 국세청이 증여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우면 증여로 추정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증여자의 사망으로 인해 효력이 발생하는 증여에 대해서는 상속세가 부과되므로 증여세 과세대상에서 제외한다. 또 채권-채무 관계에서 증여가 무효화되는 경우가 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건물을 증여한 경우 등기이전을 한 날로부터 5년 이내에 아버지가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으면 그 증여는 효력을 잃게 된다. 다시 말해,채권자는 그 건물을 '아버지의 건물'로 간주할 수 있다. 그 건물이 아들의 명의로 남아있어도 그렇다.

◆증여세 세율과 공제

증여세 세율은 누진세로 과세표준이 많을수록 세율이 높아진다. 과세표준이 1억원 이하면 10%,1억~5억원에 대해서는 20%,5억~10억원에 대해서는 30%,10억~30억원에 대해서는 40%,30억원 초과액에 대해서는 50%의 세율이 부과된다. 세대를 건너 뛴 증여에 대해서는 산출세액에 30%가 가산된다.

과세표준은 증여재산 평가액에서 증여공제를 뺀 금액이다. 배우자나 부모 자녀 또는 친족으로부터 증여를 받은 경우에는 증여공제액을 뺀 나머지에 대해서만 증여세를 내면 된다. 배우자로부터 증여받은 경우에는 6억원을 공제받는다. 총 증여재산 가액에서 6억원을 뺀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만 증여세를 납부한다는 의미다.

부모나 자녀로부터 증여받을 때는 3000만원을 공제받는다. 미성년자가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경우에는 공제액이 1500만원이다. 기타 친족으로부터 증여를 받으면 500만원을 공제받는다. 이때의 공제액은 10년 동안 공제받을 수 있는 한도액이다. 즉,10년이 지나면 같은 금액을 또다시 공제받을 수 있다.

미성년인 자녀에게 1500만원,성년 자녀에게 3000만원이 공제되는 것을 활용하면 증여세를 내지 않고 재산을 물려줄 수 있다. 예를 들면 2세인 자녀에게 1500만원을 증여하고 12세 때 다시 1500만원,22세 때 3000만원,32세 때 3000만원을 증여하면 세금을 내지 않는다. 자녀가 32세가 됐을 때 액면금액으로 9000만원을 물려줄 수 있다. 자녀가 증여받은 금액을 10~30년 운용할 수 있으므로 돈의 시간가치를 이용해 자산가치를 극대화한다면 32세가 되었을 때는 상당한 재산을 형성할 수 있다.

부모의 자산이 상당한 액수라면 증여세를 꽤 부담하더라도 재산을 미리 증여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2세인 미성년자에게 1억1500만원을 증여하면 미성년자 공제 1500만원을 공제하고 과세표준은 1억원이다. 증여세율 10%를 적용하면 산출세액은 1000만원이다. 신고세액공제 10%를 차감하고 나면 납부할 증여세는 900만원이다. 이를 산식으로 표현하면 '1억1500만원-1500만원(미성년자 공제)=1억원×10%(세율)=1000만원(산출세액)-100만원(신고세액공제)=900만원'이 된다. 12세 때 똑같은 과정을 거치고 22세에는 1억3000만원을 증여한다. 성년자녀 공제 3000만원을 공제하고 나면 과표는 1억원,납부할 증여세는 똑같이 900만원이다. 32세 때 똑같은 과정을 거치면 총 증여액수는 4억9000만원이고 증여세는 3600만원이다. 반면 부모가 32세 성년자녀에게 한번에 4억9000만원을 증여한다면 증여세는 7920만원이다. 4억9000만원에서 성년자녀 공제 3000만원을 빼면 과세표준은 4억6000만원이다. 1억원에 대해서는 10% 세율이 적용돼 1000만원,나머지 3억6000만원에 대해서는 1억~5억원에 적용되는 20% 세율이 부과돼 7200만원 등 8200만원이다. 여기에서 10% 신고 세액 공제를 빼면 증여세는 7380만원이다.

자녀가 32세가 됐을 때를 가정해 보자.2세 때 증여받은 1억1500만원은 30년 동안 이자 등이 불어나고 12세 때 증여받은 1억1500만원은 20년 동안,20세 때 증여받은 1억3000만원은 10년 동안 이자가 불어나게 된다. 증여 받은 후 증여신고를 하고 펀드 투자나 보험사에 일시납 상품에 가입했다면 자녀가 32세가 됐을 때 그 규모는 훨씬 커져 있을 것이다. 부모가 직접 펀드 상품이나 은행 이자 상품에 가입해 운용한 후 자녀가 32세 때 증여할 경우 증여액은 훨씬 커져 있고 증여세는 그만큼 더 많아진다. 돈의 속성상 돈이 돈을 벌어들이기 때문이다. 자녀에게 미리미리 증여해야 하는 이유다.

◆증여세 신고와 납부

증여세는 증여재산을 받은 사람이 증여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에 신고해야 한다. 이 경우 증여신고 세액공제 10%를 차감한 금액을 납부하면 된다.

증여세는 현금으로 일시에 납부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일시납부에 따른 과중한 세부담 분산을 위해 일정요건을 충족한 경우에 분할납부할 수 있다. 분납은 납부기한 경과 후 2개월 이내,세액이 2000만원 이하일 경우에는 1000만원 초과 금액을,세액이 2000만원을 초과할 경우에는 50% 이하의 금액에 대해 분납이 가능하다. 또 납부세액이 2000만원을 넘을 경우 증여세를 매년 나눠서 내는 연부연납 신청을 할 수 있다. 연부연납 허가를 받으면 최장 5년간 연부연납을 할 수 있다.

증여받은 재산의 일부를 현물로 내는 물납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상속 · 증여재산 중 '부동산+유가증권'의 가액이 전체의 2분의 1을 초과하고 납부세액이 1000만원을 넘는 경우에는 납세의무자가 신청을 할 수 있다. 이를 허가받으면 물납도 가능하다.



심상수 우리은행 세무사 smuhak@wooriba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