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자문형 랩'에 자금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확한 수익률 공표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랩 어카운트가 일대일 상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객별 수익률 편차가 불가피한 데도 높은 수익률만 공개하는 이른바 '체리피킹'(cherry picking)으로 투자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환매 열기로 펀드에서 이탈하는 자금을 잡기 위한 증권사들의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자문형 랩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증권사들이 언론 등을 통해 공표하는 수익률에 문제가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일부 성과가 좋은 계좌만을 선택해 전체 운용실적이 좋은 것으로 오도하게 하는 행위인 체리피킹이 만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증권사들은 단기간에 설정액이 1000억원대를 돌파했다는 광고성 보도자료를 남발하고 있고, 포트폴리오 자문을 받고 있는 투자자문사의 누적 수익률이 20%대를 웃돌아 코스피 수익률 대비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자문형 랩 상품의 경우 일대일 상품인 만큼 투자시기에 따라 계좌별 수익률이 모두 다를 수 있어 누적 수익률을 공표하는 것 자체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뿐만 아니라 운용사들도 '랩 어카운트' 상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부정확한 수익률을 외부로 공개하는 것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면서 "수익률이 낮은 계좌는 밝히지 않고 상대적으로 고수익율 올리는 자문사 계좌를 공개하는 '체리피킹'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해당 증권사들은 언론의 경쟁적 기사가 이를 조장하는 측면이 있지만 부정확한 수익률 공표로 자금 쏠림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며 이 같은 우려에 공감을 표하고 있다.

자문형 랩을 판매하고 있는 한 증권사 랩운용부 관계자는 "특정 자문사의 포트폴리오가 순환매로 일시적인 고수익을 낼 수도 있는데 이를 무작정 믿고 투자에 나서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고객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면서 "따라서 편입종목과 시기, 거래량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모델 수익률'을 고객들에 한정해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종목군을 아웃소싱받아 운용하는 자문형 랩은 최저가입금액이 3000만원까지 낮아졌고, 탄력적 운용으로 벤치마크 대비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다.

지난 5월말 현재 국내에서 영업하는 증권사들의 랩 어카운트(Wrap account) 투자금액이 27조6000억원으로 집계됐고, 지난해 3월말 284억원 규모였던 자문형 랩은 같은 기간 1조3356억원이 급증해 1조3640억원으로 폭증했다.

시장에서는 수익률이 개선된 펀드투자자들의 환매가 러시를 이루고 있는 만큼 자문형 랩 규모는 이미 1조50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적극적인 영업행위를 위한 광고에 부정확한 수익률을 활용하는 것과 언론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공표하는 것은 구분해서 판단해 봐야 한다"면서도 "금융소비자들의 오해를 불러 올수 있는 부분은 없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