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예술의 대명사'로 불리는 아르데코(art deco)는 1920~1930년대 건축부터 인테리어 디자인,순수 미술,영화까지 예술의 전 영역에 영향을 끼친 문화복합체.1925년 파리 '현대장식 · 산업미술국제전' 이후 디자인 문화의 경향을 대표하는 용어로 굳어졌다.

1920~1930년대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과 미국에서 크게 유행한 아르데코 디자인 공예품이 피카소,마티스,폰타나,조안 미첼 등 근 ·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과 만났다.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내달 15일까지 이어지는 '아르데코 마스터피스'전은 디자인 공예품과 미술이 어떻게 아름다운 공간을 연출하는지 보여준다. 그동안 해외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이 개별적으로 전시되기는 했으나 해외 근 · 현대 미술 거장들의 작품과 함께 선보이는 것은 처음이다.

이번 전시에는 지난 2월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조각 '걷는 사람Ⅱ'(1197억여원)로 화제를 모은 알베르토 자코메티(1901~1966년)와 그의 동생 디에고 자코메티,장 미셸 프랑크,폴 프레라퐁 등 20세기 디자인 거장들의 작품이 대거 출품됐다.

전시장은 부유층 살림집의 거실을 병풍처럼 펼쳐놓은 것 같다. 출품작들에는 미국이나 유럽 상류층의 삶과 함께해 온 시간의 축적뿐 아니라 단순하고 편리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믿었던 아르데코 예술가들의 철학이 오롯이 드러난다.

피카소의 1971년 작 '남녀' 그림 앞에 놓여진 에밀 자크 룰만의 책장은 세련되면서도 지적인 아트 디자인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알베르토 자코메티가 제작한 조명등 받침대와 커피 테이블은 자신의 두상 조각과 함께 어우러져 더욱 빛을 낸다. 다리가 네개 달린 곤충 모형의 탁자나 마치 조각 같은 조명 가구가 이색적이다.

그의 동생 디에고 자코메티의 테이블 가구 3점도 눈길을 끈다. 형의 조각 흉상과 나란히 배치된 작품들은 가늘고 긴 다리와 거친 표면을 잘 살려냈다. 동물을 소재로 한 디자인이 이채롭다.

또 유럽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도미니크의 서랍장(사진) 뒷면에 걸린 폰타나의 붉은색 화면을 보고 있으면 휴식 중에도 뭔가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떠올리는 작가들의 열정이 느껴진다.

이 밖에 아르데코 대표 디자이너 마크 듀 프란터,폴 프레라퐁의 생활 가구,흠잡을 데 없는 옻칠공예로 유명한 장 뒤낭의 화병 등이 폰타나의 그림과 함께 독특한 예술혼을 뽐낸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현숙 국제갤러리 대표는 "대부분 요즘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희귀 작품"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아르데코의 장점을 소개하는 명작들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02)735-8449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