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 선진지수 편입이 무산된 지난달 22일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의 '팔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에 이어 중국과 미국 등 글로벌 경기 재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우려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그동안 주가가 많이 올랐던 전기전자와 자동차업종을 처분한 반면 유통, 금융 등 내수주와 상대적으로 주가가 부진했던 종목들은 사들였다.

5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22일부터 전거래일인 지난 2일까지 SK C&C를 1031억원 어치 순매수해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이에 따라 5.50%에 머물던 외국인 보유비중도 8.09%로 늘었다.
[분석]외인 '팔자'하면서 사들인 종목은?
향후 SK그룹의 실질적인 지주사인 SK C&C와 SK와의 합병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합병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안정적인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SK C&C 주가가 더 올라야 하기 때문에 그룹차원에서 SK C&C 주가에 더욱 신경을 쓸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는 모습이다.

외국인은 내수업종 대표주인 신세계 주식을 639억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지난 5월 19일부터 꾸준하게 거의 매일 신세계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소비 활황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3분기 소비시장도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는 점 때문으로 보인다.

외국인은 삼성생명NHN도 각각 399억원, 383억원 어치씩 사들였다. 삼성생명은 금리인상에 따른 수혜 기대감외에 KOSPI200지수 신규 편입 및 IPO(기업공개)에 따른 제한기간의 해제로 인한 수급모멘텀도 기대되고 있다. NHN도 배너광고로 인한 실적 호전과 일본 인터넷 사업 호조에 대한 기대감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외국인은 인수합병(M&A)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현대건설(373억원)외에 하나금융지주(301억원), 대한생명(281억원) 등도 사들였다. 뒤쳐진 스마트폰에 대한 경쟁력과 유럽시장에서의 LCD TV 판매 부진으로 주가가 급락한 LG전자도 253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주가 하락에 따른 저가 매수세로 풀이된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같은 기간 하이닉스와 LG디스플레이를 각각 2426억원, 2231억원 어치 처분, 매도 순위 1~2위에 올려놨고 삼성전자도 1496억원 어치 순매도했다. 현대중공업(1297억원), 엔씨소프트(1100억원), 현대차(948억원), 포스코(755억원) 등도 많이 팔았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아직까지 한국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들은 한국물에 대해 여전히 보수적이지만 실적이나 펀더멘털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는 종목에 대한 순매수를 나타내고 있다"며 "한국 시장을 나쁘게 본다기 보다 외부 악재로 인한 영향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인의 영향력이 약화된 만큼 최근 주도세력인 개인과 연기금의 관심 종목을 함께 고려하는 편이 낫다는 지적이다. 강 팀장은 "외국인이 시장 전체적으로 팔고 있는 가운데 일부 종목을 사들이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외국인의 순매수만을 보는 것 보다는 최근 시장 수급을 유지시키고 있는 개인(자문사 랩)이나 연기금의 매수세 여부도 참고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