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헤지펀드로부터 대출받을 경우 돈을 빌린 사실이 공개되기 직전에 해당 기업 주식을 대상으로 한 공매도(쇼트셀링)가 급증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불법거래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결과다.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05년 1월과 2007년 7월 사이 헤지펀드로부터 돈을 빌린 105개 미국 기업의 주식거래에서 대출 사실이 공표되기 적전 5일간 해당 기업 주식에 대한 공매도가 이전 60일과 비교해 평균 74.8% 급증했다. 신규 대출이 아니라 기존 대출을 갱신할 때도 대출 공개 이전에 비해 공매도가 평균 28.4% 증가했다. WSJ는 '금융경제학 저널'에 게재 예정인 논문을 인용,보도했다.

반면 기업들이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았을 때는 공매도 거래량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은행 대출을 연장한 경우엔 오히려 발표 직전 공매도가 17.4% 감소했다.

기업이 돈을 빌린 사실이 발표된 후에는 공매도 증가를 예상할 수 있다. 기업의 부채가 늘어나 그만큼 리스크가 커졌으니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헤지하기 위해 공매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독 헤지펀드에서 돈을 빌릴 경우 사실 발표 이전에 공매도가 급증한 것은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비공개 정보를 이용해 거래했거나 이런 정보를 다른 투자자들에게 흘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4명의 논문 저자 가운데 한 명인 데바시 낸디 캐나다 요크대 경영대학 교수는 "공매도를 하는 것이 헤지펀드인지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연구 결과는 헤지펀드가 대출을 할 때 규제가 필요하다는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헤지펀드들이 관여한 내부자거래 사건들을 조사해왔지만 대출 관련 내부정보를 이용한 케이스가 적발된 적은 거의 없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