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스마트폰 반격…"글로벌 판도 바꾸겠다" 포부
"아직 멀었어요. "

안승권 LG전자 휴대폰사업본부장(사장)은 여전히 칼이 서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심은 확고했다. "그동안 (나쁜 실적 탓에) 쥐 죽은 듯 있었습니다. 언론 보도만 보면 우리 같은 사람은 죄인이죠.하지만 우리만의 전략을 곧 볼 수 있을 겁니다. 이제 서서히 카드를 꺼내야죠."

LG전자가 스마트폰 제품군을 대폭 강화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반격에 나선다. 우선 3분기 안으로 빼어난 디자인과 성능으로 차별화한 스마트폰 '옵티머스 원'을 세계 120여개 이통통신사를 통해 출시하기로 했다. 이 제품을 '텐밀리언셀러(판매량 1000만대)'로 키워 국내외 스마트폰 시장을 뒤흔들겠다는 전략도 마련했다.

◆스마트폰 패러다임 바꾼다

옵티머스 원은 세계 모바일 인터넷 시장을 이끌고 있는 구글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개발한 제품이다. 구글의 최신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2.2 버전(프로요)'이 탑재돼 있으며 지메일(이메일),구글맵(지도),구글서치(검색엔진) 등 다양한 구글 프로그램이 최적화돼 있다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남용 LG전자 부회장도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옵티머스 원의 개발 프로젝트명이 '썬더(천둥)'인 것도 시장의 판도를 송두리째 바꾸겠다는 뜻을 반영한 것이다. LG전자는 옵티머스 원과 함께 젊은 소비자층을 겨냥,세련된 디자인과 색상으로 차별화한 스마트폰 '옵티머스 시크'도 9~10월께 출시할 예정이다.

올해 안에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야심작 '윈도폰7' 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경쟁사들에 앞서 내놓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태블릿PC(소형 터치스크린 PC)도 개발 중이다. 연말께 본격화할 태블릿PC 시장에서 애플의 아이패드와 삼성전자의 갤럭시탭 등에 맞서기 위해서다.

◆국내에 안드로이드폰 4종 출시

국내에선 4종 이상의 안드로이드폰을 내놓으며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 우선 이달 말께 SK텔레콤과 KT를 통해 안드로이드폰 '옵티머스Z'를 출시해 점유율을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LG의 스마트폰 반격…"글로벌 판도 바꾸겠다" 포부

오는 4분기에는 미국 반도체 회사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고성능 프로세서를 탑재해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처리 속도를 대폭 끌어올린 안드로이드폰을 출시키로 했다. 3.8인치 화면을 장착한 이 제품은 고화질(HD)급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고,다양한 멀티미디어를 TV나 PC 등과 연결해 볼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국내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소프트웨어의 성능에 민감하다는 점을 감안해 OS 업그레이드도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달 출시한 스마트폰 '옵티머스Q'의 OS를 다음 달 안드로이드 2.1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고 4분기에는 2.2 버전까지 업그레이드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체 플랫폼 구축 계획도

LG전자는 자체 플랫폼(OS를 포함한 스마트폰용 통합 소프트웨어)을 구축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LG 제품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사용자 환경(UI)을 구축해 강력한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안 사장은 "똑같은 비즈니스 모델로는 애플과 같은 회사를 극복할 수 없다"며 "우리가 가는 길은 달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중 · 장기적으로는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도 직접 개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AP는 휴대폰의 동영상 재생,인터넷 접속,그래픽 처리 등 멀티미디어 기능을 구현하는 반도체 칩으로,스마트폰의 성능을 최적화하는 데 관련 기술의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안 사장은 "지난해부터 글로벌 유통망을 확대하느라 많은 투자가 이뤄졌다"며 "이것이 실적 악화의 한 요인이기도 하지만 하반기부터는 반전의 기회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