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수주 계약서 보여줘도 대출 퇴짜…운전자금 못구해 발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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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돈 가뭄' 어떻길래
"키코사태때 빌려쓴 돈이 발목" 신용보증 만기 연장마저 중단
은행권은 이달부터 구조조정
"키코사태때 빌려쓴 돈이 발목" 신용보증 만기 연장마저 중단
은행권은 이달부터 구조조정
5일 인천 남동공단.공구상가로 향하는 공단공원길 양옆에 50여대의 화물트럭이 줄 지어 서 있었다. 뽀얀 먼지를 뒤집어쓴 트럭 안에는 운전사들이 잠을 자고 있었다. 이들 화물트럭은 공단입주업체들이 만드는 제품을 실어나르는 지입차들이다. 일감이 몰렸던 2~3개월 전까지만 해도 주차돼 있는 트럭을 볼 수 없었지만 요즘 들어 주차된 트럭이 부쩍 늘었다고 기사들은 말했다. 화물트럭 운전기사 이용문씨(53)는 "여기 주차돼 있는 트럭들은 다들 일이 없어서 기다리는 차들"이라며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하루에 두세 번씩 운송을 했는데 요즘엔 일감이 없어 하루에 한 번 나갔다오면 다행"이라고 설명했다.
공단공원길 인근에 있는 평양화물 사무실.중소업체에 화물차를 연결해 주는 이곳에는 한창 바쁠 대낮인데도 20여명의 운전기사가 화투를 치고 있었다. 정종래 평양화물 소장은 "한동안 경기가 좋아지는 것을 느꼈지만 4월께부터 다시 일감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강희집 산업단지공단 경인지역본부 팀장은 "전체적으로는 입주업체 가동률이 소폭 오름세를 나타냈지만 오히려 양극화는 심해졌다"며 "기업규모별로는 2,3차 하청업체에 해당하는 종업원 50인 안팎의 기업들이, 분야별로는 원자재 비용부담이 큰 일반 제조업체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돈은 넘치는데 中企 자금줄은 꽁꽁
올초 회복세를 보이는 듯했던 중소기업 자금 관련 지표들은 3,4월을 기점으로 내리막으로 돌아섰다. 2월 1.65%에서 3월 1.57%로 떨어졌던 중소기업 연체율은 4월(1.70%)과 5월(1.88%) 큰 폭으로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 들어 오름세를 이어가며 4월 91까지 상승했던 중소기업 자금사정 BSI(기업경기실사지수)는 5월에 90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영향을 받아 중소기업 가동률도 5월에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등 보증기관들이 보증규모를 줄이는 것과도 맞물린다. 보증기관들에 따르면 만기연장은 3월을,신규보증은 4월을 정점으로 꺾였다. 특히 신규보증은 올 들어 5월까지 6조8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15조원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 5월 236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중소기업중앙회 설문조사에서 은행차입이 활발하다는 답은 10.5%에 불과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올 들어 시중 유동성이 크게 늘었지만 기업 대출은 신용등급 BB 이상의 우량 중견기업과 대기업에만 집중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기 때 받은 지원 자금이 발목
특히 2008년 키코 사태로 어려움을 겪었던 수출 중소기업들과 지난해 유동성 문제 등으로 패스트트랙(신속 대출 제도)을 통해 지원받은 저신용등급 회사들은 '낙인효과' 때문에 대출 창구가 아예 차단됐다. 수원에 위치한 금형업체인 B사가 대표적 사례다. 이 회사는 최근 해외 완성차 업체와 500만달러어치의 부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공급을 완료하고 나서 대금을 받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운전자금을 빌리기 위해 은행을 찾았지만 번번이 거절을 당했다. 지난해 정부의 유동성지원 프로그램인 패스트트랙을 통해 16억원을 대출받았기 때문에 추가 대출이 어렵다는 설명만 들었다. B사 P사장은 "글로벌 기업과의 수주 계약서도 소용이 없었다"며 "대출 창구는 완전히 막혀 있고 패스트트랙 자금은 곧 만기가 돌아온다"고 하소연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하반기 출구전략이 본격화되면서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증기관들의 신용보증 만기 자동연장 조치가 이달 초 없어졌고 95%이던 대출금 보증비율은 예년 수준인 85%로 낮아졌다. 보증비율을 줄이지 못하는 중소기업은 가산보증료를 내야 한다.
패스트트랙도 연말을 끝으로 사라진다. 여기에 은행권은 이달부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지난해와 달리 연체 경험 등 비재무적 측면까지 평가항목에 넣는 등 기준이 한층 강화됐다. 그나마 안정됐던 대출 금리까지 들썩이기 시작하면서 중소기업들은 위기의 여름을 보내고 있다.
고경봉/심은지 기자 kgb@hankyung.com
공단공원길 인근에 있는 평양화물 사무실.중소업체에 화물차를 연결해 주는 이곳에는 한창 바쁠 대낮인데도 20여명의 운전기사가 화투를 치고 있었다. 정종래 평양화물 소장은 "한동안 경기가 좋아지는 것을 느꼈지만 4월께부터 다시 일감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강희집 산업단지공단 경인지역본부 팀장은 "전체적으로는 입주업체 가동률이 소폭 오름세를 나타냈지만 오히려 양극화는 심해졌다"며 "기업규모별로는 2,3차 하청업체에 해당하는 종업원 50인 안팎의 기업들이, 분야별로는 원자재 비용부담이 큰 일반 제조업체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돈은 넘치는데 中企 자금줄은 꽁꽁
올초 회복세를 보이는 듯했던 중소기업 자금 관련 지표들은 3,4월을 기점으로 내리막으로 돌아섰다. 2월 1.65%에서 3월 1.57%로 떨어졌던 중소기업 연체율은 4월(1.70%)과 5월(1.88%) 큰 폭으로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 들어 오름세를 이어가며 4월 91까지 상승했던 중소기업 자금사정 BSI(기업경기실사지수)는 5월에 90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영향을 받아 중소기업 가동률도 5월에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등 보증기관들이 보증규모를 줄이는 것과도 맞물린다. 보증기관들에 따르면 만기연장은 3월을,신규보증은 4월을 정점으로 꺾였다. 특히 신규보증은 올 들어 5월까지 6조8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15조원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 5월 236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중소기업중앙회 설문조사에서 은행차입이 활발하다는 답은 10.5%에 불과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올 들어 시중 유동성이 크게 늘었지만 기업 대출은 신용등급 BB 이상의 우량 중견기업과 대기업에만 집중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기 때 받은 지원 자금이 발목
특히 2008년 키코 사태로 어려움을 겪었던 수출 중소기업들과 지난해 유동성 문제 등으로 패스트트랙(신속 대출 제도)을 통해 지원받은 저신용등급 회사들은 '낙인효과' 때문에 대출 창구가 아예 차단됐다. 수원에 위치한 금형업체인 B사가 대표적 사례다. 이 회사는 최근 해외 완성차 업체와 500만달러어치의 부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공급을 완료하고 나서 대금을 받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운전자금을 빌리기 위해 은행을 찾았지만 번번이 거절을 당했다. 지난해 정부의 유동성지원 프로그램인 패스트트랙을 통해 16억원을 대출받았기 때문에 추가 대출이 어렵다는 설명만 들었다. B사 P사장은 "글로벌 기업과의 수주 계약서도 소용이 없었다"며 "대출 창구는 완전히 막혀 있고 패스트트랙 자금은 곧 만기가 돌아온다"고 하소연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하반기 출구전략이 본격화되면서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증기관들의 신용보증 만기 자동연장 조치가 이달 초 없어졌고 95%이던 대출금 보증비율은 예년 수준인 85%로 낮아졌다. 보증비율을 줄이지 못하는 중소기업은 가산보증료를 내야 한다.
패스트트랙도 연말을 끝으로 사라진다. 여기에 은행권은 이달부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지난해와 달리 연체 경험 등 비재무적 측면까지 평가항목에 넣는 등 기준이 한층 강화됐다. 그나마 안정됐던 대출 금리까지 들썩이기 시작하면서 중소기업들은 위기의 여름을 보내고 있다.
고경봉/심은지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