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에 사는 직장인 김영권씨(42)는 얼마 전 집을 사기 위해 시중은행에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했지만 높은 금리로 대출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두 자녀를 둔 김씨는 부인과 함께 맞벌이를 하는 덕분에 4인 가구 기준으로 평균 이상의 월소득이 있고 지금까지 대출 상환을 연장한 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은행에서 통보한 대출금리가 5.46%나 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은행 측에 왜 이렇게 높은 금리가 나왔는지 문의했으나 "가산금리 산정 기준은 비밀"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박선숙 민주당 의원은 최근 은행이 소비자와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 조건과 거래비용 등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의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은행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한 뒤 정부가 정책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은행들이 금리 인하분을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보전해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없었다는 비판을 반영한 것이다. 현재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연 3.96~5.46% 수준이다. 기준금리 2.46%에 대출자의 신용등급에 따라 1.5~3%의 가산금리가 붙는다.

박 의원은 대출 계약서에 약정금리를 표시해야 하는 규정이 없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는 "최근 들어 복잡한 내용의 금융상품이 쏟아지면서 고객들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적용된 약정내용도 알지 못한 채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며 "은행들이 금리를 결정하는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은행과 고객 사이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방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가산금리 산정 과정은 베일에 싸여 있다. 가산금리를 결정할 때 기준이 되는 항목 또한 은행별로 다르다. 은행 이용자들은 어느 항목에 얼마만큼의 가중치를 반영해 금리가 결정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은행 측의 일방적인 결정에 따라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중은행 측은 "금리 결정 시스템은 은행이 수십년간 쌓아온 금융기관의 노하우"라고 설명할 뿐이다. 반면 보험회사들은 지난달 29일 '보험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상품내용과 보험금 지급 제한 사유 등 중요 사항을 고객에게 미리 설명하고 자필 서명을 받아야 한다. 펀드운용사들도 자본시장법에 따라 상품을 팔기 전 고객에게 약정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해야 한다. 박 의원은 이와 함께 대출 계약서에 약정 금리를 표시해야 하는 규정이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