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도우미' 슈퍼컴…폭발실험ㆍ신제품 설계 척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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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社 생산성 향상
기간 46% 단축ㆍ비용 69% 절감
매출도 33% 증가 효과
로열티 부담…SW국산화 과제
기간 46% 단축ㆍ비용 69% 절감
매출도 33% 증가 효과
로열티 부담…SW국산화 과제
자동차 항공 등 정밀조립 업체들은 설계 · 조립 · 가공 · 생산 등 제품 생산 전 과정에서 정밀한 시뮬레이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품질을 높이고 비용을 줄여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밀 시뮬레이션은 자체 보유한 슈퍼컴퓨터를 통해 이뤄진다. 그러나 국내 기업체 수의 99%,고용의 8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여력이 없다. 최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중소기업청과 함께 2007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슈퍼컴퓨팅 서비스를 지원한 150여개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 효과를 13일 공개했다.
KISTI에 따르면 기업들은 이 서비스를 통해 평균적으로 제품 생산 기간을 이전보다 46.7%,생산 비용은 68.9%로 단축했으며 그 결과 매출이 33.5%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신제품 설계까지 중기 지원 도우미
슈퍼컴퓨터는 원래 물리적 수치해석 도구로 연구용으로 주로 쓰였지만 최근 산업현장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 기계공학 분야의 열 수치해석(Thermo Dynamics),구조해석,전기전자공학적 혹은 생명공학적 수치해석을 통해 제품의 내구도,기능 · 품질을 평가할 수 있어서다. KISTI는 중기청과 함께 국책연구과제를 수행하는 중소기업에 특화한 소프트웨어를 구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예컨대 특정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의 물리적인 정보를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리드 메시(Grid Mesh)라는 기계언어로 적절히 바꿔 컴퓨터 안에서 모든 걸 사전에 시연해보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에 보닛을 납품하는 동남공업은 금형 설계 및 몰딩 기술에서 KISTI 슈퍼컴퓨팅의 도움을 받아 생산기간을 기존 120일에서 60일로,설계 · 주조 비용을 1억2000만원에서 9000만원으로 줄였다.
스페이스솔루션은 기존 우주로켓 추진제인 액체질소 · 액체산소 대신 과산화수소수를 사용하는 신기술을 슈퍼컴퓨팅을 통해 연구하고 있다. 로켓에 과산화수소수를 주입해 폭발시키는 실험을 슈퍼컴이 대신해주고 있다. 비용이 65%가량 줄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가교테크는 알루미늄이나 종이가 주로 쓰였던 열교환기(동체 혹은 실내 열을 순환시켜 적정 온도를 유지시키는 것)를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는 실험을 슈퍼컴퓨터를 통해 진행했다.
KISTI는 가교테크가 의뢰한 120개 후보 설계안을 슈퍼컴퓨터로 분석해 가이드라인을 제공했다. 당초 가교테크는 이 실험에 10개월 동안 12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소요 기간은 1개월,비용은 1억2000만원에 그쳤다.
◆지역서비스센터 · 포털 만들어질까
KISTI는 대전 본원을 본부로 2011년부터 경기 강원 등 전국에 11개 슈퍼컴퓨팅 지원 서비스센터를 설립하기 위해 예산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이와 함께 원스톱 지원이 가능한 업무 포털을 만들어 기업들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도 세워놨다.
이 서비스가 이뤄지면 예컨대 경남에서 국책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중소기업도 본원 슈퍼컴퓨터 · 경남 서비스센터 등과 생산 과정에서 긴밀하게 공조할 수 있다.
이상민 KISTI 슈퍼컴퓨팅센터 팀장은 "KISTI의 슈퍼컴퓨팅은 공공 서비스"라며 "중기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장기적 안목에서 관련 인프라와 인력을 획기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슈퍼컴퓨팅 관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국산화하는 것은 묵은 숙제다. 1988년 처음 미국에서 들여온 슈퍼컴퓨터 1호기를 비롯해 현재 사용 중인 4호기까지 하드웨어는 모두 미국에서 들여왔다. 소프트웨어도 매년 미국에 로열티를 주고 수입해 쓰고 있다. 예를 들면 '열유체 해석 소프트웨어 패키지' 같은 것을 통째로 들여온다.
다만 국내 슈퍼컴퓨팅 엔지니어링 기술은 높이 평가받고 있다. KISTI는 최근 처음으로 개최한 슈퍼컴퓨팅 워크숍에서 미국 오하이오슈퍼컴퓨팅센터(OSC),독일 슈투트가르트 슈퍼컴퓨팅센터(HLRS),일본 도쿄대 전문가들과 국내 슈퍼컴퓨팅 장비 운용 모델과 관련해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