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역사를 지닌 프랑스 고등과학연구기관 콜레주 드 프랑스의 피에르 코르볼 총장(69 · 사진)이 방한해 인체 내 혈압조절시스템에 대한 특별강연을 했다.

코르볼 총장은 최근 대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강연을 갖고 "레닌-안지오텐신 시스템(RAS)은 인류와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시스템이지만 잘못 조절하면 또 다른 질병에 노출되기 때문에 지속적인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1971년 파리 6대학에서 생화학으로 의학박사학위를 취득한 코르볼 총장은 RAS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자다.

RAS는 인체 내 혈압 물 염분의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호르몬 시스템이다. 체내 혈압이 낮아지면 신장은 레닌을 분비하는데 이는 간의 안지오텐신 생산을 유도한다. 안지오텐신은 혈관을 수축시키며 혈압을 오르게 하는 동시에 부신피질이 알도스테론을 분비하도록 자극한다. 알도스테론은 신장의 세관이 나트륨을 재흡수하는 양을 늘리게 하는데 나트륨 농도가 높아지면 혈관으로 물이 흡수되기 때문에 체액의 양이 늘면서 또 혈압이 증가한다. 결국 RAS 시스템이 지나치게 활성화되면 나트륨 밸런스가 무너지고 고혈압에 노출되는 것이다.

고혈압 치료제는 지나친 RAS 작용을 방해함으로써 신부전증이나 고혈압을 조절한다. 그러나 코르볼 총장에 따르면,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ACE Inhibitor)나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등은 당뇨병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으나 울혈성 심부전증의 사망 위험을 완전히 없애거나 신부전증의 속도를 근원적으로 늦추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안지오텐신이 변형돼 작용하는 범위가 그만큼 넓기 때문이다. 코르볼 총장은 "안지오텐신 봉쇄제로 위험에서 일단 벗어난 뒤에는 지속적으로 생성되는 변형 안지오텐신의 효과를 계속 억제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