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산운용업계의 '큰손'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유럽발(發) 재정위기에서부터 천안함 사태, 중국 경기 둔화 우려에 이르기까지 대내외 악재로 얼룩진 올 상반기 중 제일모직대한항공을 가장 적극적으로 사들였다. 반면 보유 중이던 종목 중에선 지난 1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한미약품을 6개월 내내 판 것으로 나타났다.

◆제일모직·대한항공 지분 꾸준히 '확대'

6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올 상반기에 제일모직과 대한항공 주식을 쉬지 않고 매수했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의 제일모직 지분율은 지난해말 5.22%에서 올 상반기 10.61%까지 두 배 가량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그간 제일모직에 대해 "앞으로 전자재료 부문을 기반으로 한 지속적인 성장성을 감안해야 한다"며 목표주가를 경쟁적으로 올려잡았다.

이들은 특히 "수직계열화를 통해 편광필름 등의 점유율이 확대되고 있는데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용 유기물질 등 신규 성장 동력도 확보해 주가 프리미엄을 부여받을만 하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은 또 지난 2월부터 대한항공 지분을 계속 늘렸다. 현재 미래에셋의 대한항공 보유지분은 작년말 4%대에서 9.90%로 크게 불어났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신종플루 등으로 억눌렸던 여행수요가 대폭 늘어나며 올해 대표적인 실적호전주로 손꼽힌다. 올 2분기 영업실적은 이미 '어닝서프라이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내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IT(정보기술) 경기 호조세로 항공 화물 수송도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최대 성수기인 3분기까지 대한항공의 실적 모멘텀(상승 동력)이 이어질 것으로 증권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미래에셋은 이 외에도 하이닉스 지분을 올들어 집중 매입해 총 보유지분을 종전 4%대에서 7%대로 끌어올렸다. 하이닉스의 경우 보너스 지급이라는 부정적인 요인에도 불구하고 올 2분기 영업이익은 1조원을 기록해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킬 것이란 전망이다.

미래에셋이 올 상반기 중 신규 취득한 종목은 우리금융(6.20%)이며, 한진해운과 LG디스플레이는 전년말에 비해 각각 3.4%포인트, 1.67%포인트 늘렸다. 1분기 내내 매도했던 CJ오쇼핑도 2분기 들어 다시 매입하며 보유지분을 11.45%까지 확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미약품 지분 6%대로 축소…현대건설·두산인프라코어 팔자?

반면 미래에셋은 한미약품 보유주식을 상반기 내내 팔았다. 미래에셋의 한미약품 지분율은 지난해말 15%에서 7.69%까지 절반으로 줄어든 상태다.

한미약품은 지난 1분기 어닝쇼크에 이어 2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재무적 투자자 유치를 위한 한미홀딩스 설립을 감안할 때 연구개발(R&D) 비용 등의 조달이 가능한 시점까지는 이익 증가에 대한 기대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진해운홀딩스도 미래에셋이 판 대표적인 종목이다. 미래에셋은 한진해운홀딩스의 지분을 4% 이상 팔아 현재 2% 가량을 갖고 있을 뿐이다. 또한 고려아연과 LS, 현대모비스, NHN, LG하우시스, 아모레퍼시픽, SK케미칼 등도 비중을 줄인 상장사들이다.

미래에셋은 한편, 올 1분기에 신규 취득했던 현대건설과 두산인프라코어의 지분을 지난 4월부터 소폭 줄여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건설 지분은 종전 5.05%에서 4.13%로 낮췄고,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 8.29%까지 지분을 늘렸다가 다시 5.12%로 줄여놨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