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이 2분기 경영에 들어갔다. 상당수 증권사의 CEO들이 재선임됐는데, 금융위기 이후 활기를 되찾는가 싶던 금융시장이 또다시 대내외 악재에 출렁이자 CEO들은 경영전략을 다잡으며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국경제TV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증권사 CEO들의 경영전략과 계획을 들어보기로 했다. "대형 금융투자회사가 시장을 이끈다.. 미래 수익원 발굴해 전사업 수익 극대화" -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 Q. 최근 증권사들이 선물시장에 속속 진출하면서 FX마진거래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선물사들의 파이까지 증권사들이 차지해가고 있는 모습인데요. 자본시장 통합이다, 업종 간 경계가 허물어진다 얘기들 하고, 정책적 지원도 이뤄지고 있지만 증권사들이 선물사들의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A. 자본시장법 시행 이전부터 증권사가 영위 중이었던 장내선물업(KOSPI 200 등)은 예외로 하고, 선물사들의 주력시장인 장외선물 시장은 원래 규모가 크지 않은 편인 데다가, 주요 고객이 증권사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서 증권사들에게 선물업이 인가되었고, 선물업이 인가된 증권사는 법적으로 자기 자신을 이용할 수 밖에 없어 선물사들의 시장 점유율이 불가피하게 감소한 것입니다. 이는 자본시장 발전과 전체적인 국익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시장법은 우리 자본시장을 동북아 금융허브로 육성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자본조달과 투자자들의 재테크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를 위해 선진국의 글로벌 투자은행처럼 예금과 보험 외에 Risk가 수반되는 전체 금융투자상품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취급하는 종합금융투자회사가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Q. 지난해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전년 금융위기에 따른 기저효과, 증시 부활에 따른 수익 증가로 실적이 대폭 개선됐습니다. 아직도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들이 많이 남아있고, 일각에선 당분간 증권사들의 실적 개선을 크게 기대하긴 어렵다고 관측하고 있습니다. 1분기가 마무리된 시점에서 앞으로는 어떤 전략으로 경영을 해 나가실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A. 1분기엔 유럽발 재정위기로 인해 글로벌자금이 이탈하고, 금리인상 움직임에 따라 안전자산 선호경향이 짙어지면서 증시가 큰 폭의 변동성을 보였습니다. 또한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은행과 산업자본을 배경으로 한 신설 증권사들이 대폭 늘어나 경쟁이 치열해졌고, 은행이 펀드판매 등 겸업을 강화하면서 증권사들의 존립기반이 점차 취약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적격기관투자자의 선물증거금을 완화하는 등, 사업 그 자체의 채산성도 점차 악화되고 있는 형편이구요. 이에 따라 1분기 주식거래, 주식운용, 채권운용 등의 실적이 기대에 다소 못미친 것이 사실입니다. 현재 국내경기와 기업실적은 회복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입니다만, 아직 글로벌경기와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남아 있어 당분간은 위험관리에 충실하면서 내실경영을 추진할 생각입니다. 특히 금융투자업계 내, 금융업권 간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자산관리와 IB 등 경쟁이 치열한 분야의 역량을 강화하면서, 올해 하반기 이후 글로벌경기가 본격적으로 상승세에 접어들 경우 주식거래, 주식·채권운용, 자산관리, IB 등 전사업부문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Q.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증권사들이 가장 두드러지게 내세운 전략이 있다면 '브로커리지 위주 수익구조 탈피'와 'IB역량 강화'일 것입니다. 하지만 브로커리지는 증권사의 가장 기본적이고 전통적인 수익원이라 할 수 있는데다 IB업무의 경우 선진국보다 제도적인 측면에서 뒤처지는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어느쪽에 비중을 두고 계신지요? 사업을 원활히 추진하는데 있어 개선이 필요한 것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A. 제가 현대증권 CEO로 취임한 이후 가장 역점을 뒀던 경영방침은 수익구조 선진화였습니다. 과거에는 매출(순영업수익)에서 차지하는 주식영업의 비중이 60%를 상회하여 증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습니다. 현대증권은 이러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지난 2년간 주식과 채권 등 자산운용 규모를 확충하는 한편 신규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왔으며, 그 결과 지난 2년 연속 자산관리, 주식운용, 채권운용 분야의 실적이 많이 개선되어 주식영업의 비중이 50% 수준까지 낮아졌습니다. 앞으로도 주식영업은 전통적인 캐시카우로서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자산관리와 자산운용을 새로운 캐시카우로 육성하는 한편, IB와 파생상품 등 미래수익원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방침입니다. Q. 최근에는 은행 뿐 아니라 증권사들도 활발한 해외 영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IPO시장이나 해외지점 등 다양한 길들이 있는데요. 해외 공략에 있어 어떤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보시는지요? A. 우리나라 증권사들은 자기자본 규모와 전문성 등 전체적인 역량이 아직 글로벌 투자은행에 미치지 못합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이머징마켓이나 프런티어마켓과 같이 틈새시장에 주력하는 것이 해외공략의 올바른 방향일 것입니다. 이머징마켓 공략時 가장 중요한 전략은 해당 지역시장에 적합한 사업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중국처럼 기업과 증시가 비교적 성장한 지역에서는 IPO나 M&A 등의 IB사업이,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와 같이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국가에서는 기업성장의 성과를 향유할 수 있는 증권업, 그리고 카자흐스탄이나 몽골처럼 자원부국이고 개발수요가 많은 국가에서는 은행이나 캐피탈 같은 여신업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또한 해당 국가의 경제구조를 면밀히 살펴보고, 자본주의가 성숙하기 직전 단계에 진입하는 적절한 타이밍 전략도 중요하다고 판단됩니다. Q. 금융위기 이후 경제 회복 단계에서 지정학적 리스크, 유럽 재정 우려까지 불거지면서 금융업계 지각변동은 다소 잠잠해진 상황입니다.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정책적인 변화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금융업계의 지주화와 대형화, M&A 바람을 통해 향후 업계의 '새 판 짜기'가 이뤄질 것으로 보였는데요.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계신지요? A. 저는 독립 대형 금융투자회사가 국내 증권업계에서 가장 경쟁력을 가진 투자은행 모델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은행중심의 금융지주사 산하에 있는 증권사는 아무래도 은행과 고객상충, 상품상충 등의 문제로 성장에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예컨대 은행의 급여통장과 증권사의 CMA는 타겟고객이 정확히 일치하고 기능이 유사한 금융상품인데요, 아무래도 금융지주사가 영업전략을 추진할 때 모기업인 은행 중심으로 전개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현재 증권업계를 주도하는 대형 증권사가 대부분 독립 금융투자회사인 것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남은 과제는 독립 대형 금융투자회사로서 어떻게 시장지배력과 업종지배력을 가질 것이냐는 것인데요, 현대증권도 자기자본 확충, M&A 등을 적절히 활용하여 자본시장에 대한 선도력을 유지해 나갈 계획입니다. Q. 국내 증시가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증권사 CEO로서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직접투자와 간접투자간에 균형을 유지하고, 장기투자에 대한 믿음을 가지셨으면 한다는 점입니다. 투자자금의 일정 비율은 간접투자상품에 장기적으로 묻어두고, 직접투자분은 증권사의 전문 영업직원으로부터 경제전망, 기업가치분석, 업황, 자금수급 등 종합적인 상담을 통해 안정적으로 투자해야 Risk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우리나라 증시는 장기투자를 결코 저버리지 않았다는 점을 투자자 여러분들께서 꼭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Q. 요즘 들어 부쩍 증권사에 대한 취업 열기가 높아졌습니다. 올해 신입 모집에서도 대부분 증권사들이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들었습니다. 이처럼 증권사에 대한 취업열기가 높아진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A. 그동안 취업률이 다소 떨어져서 지원자가 증가한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만, 무엇보다 한국 금융시장이 발전하면서 구직자들의 자본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여름 휴가 계획이 있으신지요? 여유 시간이 생기면 어떻게 활용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아직 없습니다. 올 여름에는 이머징마켓 시장점검을 위해 중국과 베트남 등지를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현재 검토중에 있습니다. 평소 여유시간이 생기면 임원들과 사업분야별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토론한다거나, 경영·경제에 관련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 프로필 ◇ 최 경 수 (崔庚洙) 1950년 경북 성주 출생 * 대구 경북고등학교,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졸업 *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일본 게이오대학 경제학 석사 * 미국 Syracuse대 행정대학원 1년 수학 * 숭실대학교 경제학 박사 * 1973년 제14회 행정고시 합격 * 1975년 김천세무서 총무과장 * 1995년 재정경제부 세제실 조세정책과장 * 1997년 서울지방국세청 재산세국장 * 1999년 재정경제부 세제실 재산소비세 심의관 * 2002년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 2003년 중부지방국세청장 * 2003년 제22대 조달청 청장 * 2006년 계명대학교 경영대학 세무학과 교수 * 2006년 우리은행 사외이사 * 現 한국조세연구포럼 학회장 * 現 현대증권 대표이사 사장 채주연기자 jychae@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