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테로 시작…쿠바 10위권 기업 일궜죠"
"올해 인도와 인도네시아에 법인을 설립하면 작년부터 세우기 시작한 해외법인이 10개에 이르게 됩니다. 한때 적성국가였던 쿠바를 중심으로 글로벌 그룹을 만든다는 게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가치가 있는 일에는 도전해봐야죠."

중국 선양에서 6일 개막식을 가진 글로벌한상대회에서 기자와 만난 김동우 암펠로스그룹 회장(48)은 이같이 말했다. 그는 쿠바에서 정보통신 의료기기 석유화학 중장비 건설 등에서 한 해 5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한인 기업가. 김 회장은 "쿠바에는 연간 5000만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가 드문 실정"이라며 "쿠바 경제의 특성상 정확히 따지기가 쉽지는 않지만 재계 순위 10위 안에는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쿠바의 한국인 재벌인 셈이다.

쿠바에서 성공신화를 쓰고 있는 김 회장은 자수성가한 인물.그가 쿠바에 진출한 때는 1997년.파나마를 중심으로 남미에서 안경테를 팔다가 쿠바 시장에 주목했다. 김 회장은 "쿠바는 사회주의 국가로 정부에서 대규모 일괄구매를 하기 때문에 잘 하면 큰 승부를 낼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원래 안경테는 디자인이 경쟁력을 좌우하지만 쿠바에선 오래 쓸 수 있느냐가 중요한 구매 조건이었다. 그는 서울에서 튼튼한 안경을 사다가 공급했다. 그는 "처음 거래하면서부터 무조건 외상으로 물건을 달라는 통에 정말 어려웠고 파산에 이를 뻔한 위기도 있었다"며 "그렇지만 고객이 쿠바 정부인 만큼 신뢰를 쌓으면 결실로 돌아올 것이란 생각에 외상거래를 마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그의 배짱이 성공했다. 제품의 경쟁력이 우수하다고 본 쿠바 정부는 김 회장에게 의료기기와 제약 설비 도입을 의뢰했다. 현재 주력사업이 된 발전기 구매 요청도 받았고 이어 석유화학 중장비 건설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혀나갔다.

김 회장은 14살 때인 1978년 파라과이로 이민을 갔다가 1991년 한국 국적을 회복하고 서강대 경영학과에 92학번으로 입학했다. 학교 다닐 때 통역 등의 일을 하면서 비즈니스에 대한 감을 익혔고,1996년 졸업과 동시에 남미를 대상으로 무역업에 뛰어들었다.

김 회장은 "쿠바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고위 관료들과의 친분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주의 국가 특성상 지극히 폐쇄적인 데다 기본적인 통계도 없어 정확한 정보를 알아내기가 어렵다"며 "이는 인간관계를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경제사정이 어렵기 때문에 결제가 미뤄지기 일쑤고 결제를 한다고 해도 프로젝트의 중요도에 따라 순서가 정해진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품을 취급할 때 이것이 국가 프로젝트에 관련된 것인지,확실히 실시 계획이 수립된 것인지 등을 먼저 파악해야 큰 실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치밀하게 준비하면 쿠바도 뚫지 못할 곳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 회장도 3년가량 안경테를 수출하면서 쿠바에 지인들을 확보해나갔고,이게 '사업밑천'이 됐다. 그는 "쿠바엔 한국 제품이 질이 좋고 값싸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며 "쿠바에 진출하려면 거래를 통해 신뢰를 먼저 얻어야 하고 외상거래가 많은 만큼 초기 자본금이 충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양=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