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가까이 전라북도 김제시에서 과수원을 경영해오던 임모씨는 2004년 새 이웃으로 골프장을 맞아들이게 됐다. 과수원 일부와 골프장 9홀은 좁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붙어 있었다.

둘 사이의 불화는 골프공이 과수원으로 날아들면서 불거졌다. 임씨는 언제 골프공에 맞을지 몰라 늘 불안했다. 과수 피해 걱정도 했다. 견디다 못한 그는 골프장 주위에 항의 문구를 써넣은 현수막을 걸었다. 그리고 큰 소리를 내 새를 쫓는 폭음기(새총)를 과수원에 설치해 사용했다.

그러자 이번엔 골프장이 발끈했다. "폭음기 폭발음 때문에 내장객 수가 줄어들었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임씨가 과수원과 골프장 경계 부근에 설치한 폭음기 2대를 골프장 쪽으로 향하게 해 매일 오전 5시부터 오후 8시30분까지 1분마다 2~3차례씩 폭발음을 냈다고 골프장 측은 주장했다. 다툼이 시작된 지 2년이 지난 2006년 둘의 경계에 골프공 보호망이 설치됐으나,주말 하루 평균 골프공 2개 정도가 과수원으로 날아갔다. 과수원과 골프장의 신경전은 결국 법정 싸움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서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맞소송을 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양측 다툼에 대해 "폭음기 사용을 전면 중단할 수는 없다 해도,기술적 · 경제적으로 골프장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는 게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며 과수원의 잘못을 일부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날아오는 골프공으로 신체에 위협을 느끼고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임씨에게 골프장은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골프장 측도 꾸짖었다.

1심과 2심은 "과수 수확 시기에는 새를 쫓기 위해 과수원에서 폭음기를 사용해야 하고,구조상 폭발음 간격 및 크기를 조작할 수 없다"면서 골프장이 임씨에게 1000만원을 손해배상하되,임씨 또한 현수막 게시 등 골프장 영업방해 행위를 중단하라고 판결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