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설정액이 꾸준히 늘었던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 지난달부터 대량으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사모펀드 형태로 채권형 펀드에 투자했던 기관투자가들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채권값 하락) 가능성을 우려해 발빠르게 환매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채권형 펀드에선 지난 6월 한 달간 1조8398억원(상장지수펀드 제외)이 순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리먼 브러더스 사태 직후인 2008년 10월(2조8333억원) 이후 월간 순유출액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국내 채권형 펀드는 4월 한 달간 2조6018억원의 뭉칫돈이 들어오는 등 연초 이후 5월 말까지 4조5647억원이 순유입됐으나 지난달부터 순유출로 돌아섰다. 주간 단위로는 지난 2일까지 4주 연속 순유출을 기록했다.

주로 기관들이 가입하는 사모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두드러졌다. 국내 채권형 사모펀드에서는 지난달 1조9104억원이 빠져나갔으나 공모펀드에는 오히려 706억원이 순유입됐다. 공모펀드 수익률이 연초 이후 3.83%로 주식형 펀드(-0.48%)보다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점이 개인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비친 덕이다. 또 올 들어 증시가 오를 만하면 남유럽 재정위기 등 글로벌 악재가 불거져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진 것도 한몫했다.

하지만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면서 일정 부분 수익을 올린 기관들은 발빠르게 환매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채권형 펀드들은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올초 연 4.44%에서 지난달 1일 3.57%까지 하락하자 채권값 상승으로 평가수익이 늘어 좋은 성과를 냈다"며 "하지만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기관투자가들이 금리 상승으로 손실을 입기 전에 재빨리 자금을 빼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채권형 펀드 투자비중을 낮출 것을 권하고 있다. 김종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대체적으로 하반기 금리가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투자 기간 90일 미만인 단기 채권형 펀드와 우량 회사채 위주의 펀드를 제외하고는 비중을 낮추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