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설정한 발표시한(6월 말)을 넘기면서 우리금융 민영화가 갈수록 꼬이고 있다. 잠재적인 인수후보들은 저마다 유리한 방안을 제시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융산업노조는 우리금융을 다른 금융지주와 합칠 경우 파업을 강행하겠다고 선언했다. 민영화를 책임지고 있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경쟁입찰로 갈 수밖에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곤혹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서서히 목소리 내는 인수후보들

우리금융의 잠재적인 인수후보로는 KB금융과 하나금융이 우선 꼽혔다. 이들은 반공개적으로 우리금융과 합병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쳐 왔다. 정부의 민영화 방안 발표가 연기되면서 이들은 다급해졌다. 연기 사유가 '청와대와 공자위의 민영화에 대한 시각차이'로 알려지면서 더욱 그렇다. 금융당국과 공자위는 당초 인수희망자로부터 제안을 받아 우리금융 민영화 방식을 결정한다는 입장이었다. 청와대는 그러나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할 것을 주문,일정 발표가 연기됐다는 게 금융계의 해석이다. 금융당국과 공자위가 민영화 방안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자 잠재적 인수후보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하나금융은 우리금융의 정부지분(57%) 중 30% 안팎을 추가 매각한 뒤 합병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합병 지주회사의 정부지분을 나중에 팔아 완전 민영화를 이루는 '2단계 민영화론'을 지지한다. 어윤대 KB금융 회장 내정자는 우리금융 인수합병에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가 노조의 반발로 "2년 내에는 인수합병(M&A)을 하지 않겠다"고 물러섰지만 결국 우리금융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라는 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우리금융은 지분 분산매각을 통해 독자생존하는 방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노조까지 논란에 가세

금융산업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금융의 M&A에 반대하며 은행 대형화 전략이 추진되면 총파업을 벌이겠다"며 민영화 논란에 가세했다. 금융노조는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합칠 경우 자산규모가 487조원(지난해 말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이 46%(시중은행 기준)에 달한다"며 "시너지 효과는 없고 독과점의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노조는 바람직한 우리금융 민영화 방식에 대해 "지분 분산매각 방식이나 포스코와 한국전력의 민영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깊어가는 공자위의 고민

금융노조까지 민영화 논란에 가세하면서 공자위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공자위 관계자는 "우리는 금발심(금융발전심의회)이 아니다"는 말로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금융산업발전보다는 공적자금 회수의 극대화가 공자위의 역할이라는 얘기다. 그는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려면 해외매각 등을 공고 단계에서부터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런데도 여기저기서 이러쿵저러쿵 주문하는 것은 못마땅하다는 심리가 깔려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우리금융 민영화 방식에 인위적인 제한을 둘 수 없는 만큼 최종적으로는 공개경쟁입찰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수방식을 시장에 맡기는 무책임한 결정을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공자위는 나름의 기준을 분명히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심기/이태훈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