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계열사들이 내년 3월 주류사업부문 통합에 따른 시너지를 내기 위한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주류사업부를 통해 위스키 '스카치블루'를 팔고 있는 롯데칠성은 소주 '처음처럼'을 만드는 롯데주류의 내부 합병을 원하는 반면,롯데주류는 독립적인 주류전문회사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내년 3월이면 통합 가능

롯데는 작년 3월 두산주류(현 롯데주류)를 인수할 때 '직원 고용 3년,법인 존속 2년'을 보장키로 했기 때문에 내년 3월부터는 이 회사를 통합하거나 합병할 수 있다.

롯데는 3개 계열사가 주류사업을 나눠맡고 있다. 롯데주류는 소주 · 청주 · 와인 · 과실주를,롯데칠성 주류사업부는 위스키 '스카치블루'와 증류소주 '천인지오'를 판다. 롯데칠성은 롯데주류 지분 100%를 갖고 있어 통합엔 걸림돌이 없다. 아사히 맥주와 수입와인을 판매하는 롯데아사히주류는 일본 아사히 지분이 15% 있어 통합하기는 어렵다.

롯데가 주류사업을 통합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롯데주류와 롯데칠성이 갖고 있는 별도 영업망을 합치면 한 명의 영업사원이 모든 술을 취급하게 돼 영업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1월이면 하이트맥주와 진로가 영업망을 통합하는 데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2005년 하이트의 진로 인수 당시 공정거래위원회가 5년간 양사의 영업망 통합을 제한한 게 풀리게 된다.

◆주류전문회사 vs 주류사업부

통합 방안을 놓고 롯데주류는 롯데칠성 주류사업부를 떼어내 롯데주류에 합치기를 바라고 있다. 주류는 주류대로 독립적으로 경영하는 게 좋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술회사가 음료회사에 합쳐질 경우 마케팅비 지출 등에서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점유율 확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롯데칠성 입장에선 롯데주류를 흡수해 사업부로 두기를 원하는 입장이다. 롯데칠성 매출이 2007년 1조1104억원,2008년 1조1814억원,2009년 1조2217억원 등 정체를 빚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주류(작년 매출 3850억원)를 더하면 외형을 1조5000억원대로 키울 수 있어서다. 특히 주류는 이익에서 기여하는 부분이 크다. 주류 비중은 2009년 매출 1조2217억원 중 1021억원에 그치지만,영업이익은 639억원 중 250억원을 차지한다.

백운목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롯데칠성이 롯데주류를 합치면 주류부문 이익이 영업이익으로 잡히고,주류사업부와 함께 떼어내면 지분법이익으로 잡혀 회사 가치엔 별 차이가 없다"며 "향후 사업을 얼마나 잘 할 수 있을 것인가가 판단의 잣대가 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