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현지시간) 오후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세라노거리 99에 위치한 경영전문대학원인 IE(Instituto de Empresa) 비즈니스스쿨의 한 강의실.삼성전자 LG전자 KT CJ 등 국내 주요 기업의 경력 10년 이상 중간관리자급 사원 30여명이 브랜드 관리에 대한 최신 경영 이론 수업을 듣고 있었다. 이날 '퍼스널 브랜딩'을 주제로 강의를 진행한 로베르토 블랑코 교수는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를 예로 들며 "'잡스'를 조각 조각 내 하나씩 시장에 내다 판다면 얼마를 받을 수 있겠느냐"며 "그 조각들보다는 '잡스'라는 인물이 가진 개인의 브랜드가 그의 몸값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수업은 KAIST EMBA(Executive MBA)가 기획한 필드트립 프로그램으로 CEO를 꿈꾸는 재학생을 대상으로 경영 능력 향상을 목표로 진행됐다.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업무로 바쁜 중간관리자급 사원을 대거 참석시킨 것은 이들의 경험이 향후 기업 경영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해외 명문 MBA 수업에 참여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6일까지 2주간 진행된 KAIST EMBA의 필드트립 프로그램은 IE에서의 강의를 비롯 명품 가방 등으로 유명한 로에베 등 스페인 현지 기업 탐방 및 스페인 문화 체험 등으로 구성됐다. 배보경 EMBA 교수는 "EMBA 재학생들에게는 새로운 환경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경영관'을 만드는 기회가 제공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KAIST EMBA 프로그램이 글로벌 리더 양성 과정으로 최근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는 게 배 교수의 설명이다.

IE는 올초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경영전문대학원 평가에서 세계 6위로 올라선 스페인의 대표적 비즈니스스쿨이다.

IE에서 자랑하는 '벤처랩'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먼저 그룹을 이뤄 사업계획서를 작성한다. 이 계획서는 7명의 교수로 구성된 위원회가 검토하고 그 중 사업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것을 구체적으로 실현한다. 이 과정에 기업과 학교의 지원이 이뤄진다. 산티아고 온조뇨 IE학장은 "벤처랩을 통해 기업가 정신과 사회적 책임의식을 배울 수 있다"며 "IE에서는 기업인들과 함께 수업을 들으며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학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KAIST EMBA 학생들은 최근 유럽 재정위기를 다룬 '글로벌 경제'를 비롯 '전략경영','창조적 리더십' 등 IE에서 제공하는 최신 경영 강의를 통해 이론적으로 무장했다.

◆현지 기업 탐방으로 체험학습도

스페인 현지 기업 방문도 이어졌다. 학생들은 스페인 명품 브랜드인 '로에베' 제조공장을 찾아 직접 작업 과정을 살펴봤다. 김일훈씨(삼성카드 차장)는 "눈앞의 비용절감을 위한 아웃소싱을 거부하고 명품의 생명인 품질 유지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신발 제조기업 '캠퍼'에서는 로렌조 오르티 CEO를 만나 직접 경영 노하우를 들었다. 유럽 3대 호텔체인 중 하나인 '솔 멜리아'를 방문,다니엘 로자노 수석부사장과의 면담도 진행했다.

학생들은 필드트립 중간에 톨레도,세고비아 등 스페인 주요 문화 유적지도 방문했다. 이창양 EMBA 책임교수는 "향후 글로벌 기업 경영을 위해선 이론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며 "각국에 대한 문화적 이해가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EMBA 시장 커진다

실무 경력 5~10년 이상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EMBA는 2003년 고려대가 처음 개설한 이후 KAIST,서강대가 뒤를 이었다. 기업 수요가 증가하자 지난해에는 서울대와 성균관대(SKK GSB)도 경쟁대열에 뛰어들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 대학은 KAIST의 필드트립과 같이 특색 있는 커리큘럼을 구성,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라비 쿠마르 KAIST 경영대학장은 "5년 내 KAIST 경영대학을 아시아 최고의 비즈니스 스쿨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드리드=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