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창업시장 전망] '프랜차이즈 인증제'로 우량 브랜드에 창업자 몰릴듯
요즘 프랜차이즈 본사 사장들을 만나 보면 표정이 밝지 않다.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좋지 않아 신규 가맹점 개설이 부진한 탓이다. 커피전문점,영어교실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매장 수가 늘어나는 프랜차이즈 업체는 드물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부동산 가격 하락,천안함 사태에 따른 남북 간 긴장 고조,6 · 2 지방선거 등의 외부 요인들이 창업시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창업시장이 다소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경기가 회복하려면 시간이 걸릴 전망이어서 경기 침체기에도 수요가 꾸준한 업종과 소비시장 주역으로 떠오른 여성,실버층을 겨냥한 아이템이 유망할 것이란 지적이다. 장재남 프랜차이즈산업 연구원장은 "취업이 어려운 청년층은 물론 샐러리맨들이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수단으로 창업에 눈을 돌리고 있어 신규 창업이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 실버 소비자 공략하라


창업 전문 컨설턴트들은 하반기에도 커피전문점이 가장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커피는 사계절 수요가 꾸준한 아이템인 데다 깨끗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갖고 있어 여성 창업자들이 선호한다. 스타벅스 등 글로벌 브랜드에 맞서 급성장한 토종 브랜드들이 매장을 공격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삼각김밥,라멘,사케 전문점 등 일본식 창업 아이템들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식 패스트푸드 일색이던 외식시장에서 깔끔한 맛을 내세운 일식 메뉴가 인기를 끌면서 서울 강남이나 홍대입구 등 젊은이들이 몰리는 상권을 중심으로 사케전문점,라멘전문점 등이 성업 중이다.

국수,파스타 등 면 요리 전문점들도 뜨고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창업이 가능하고 각종 먹을거리 파동 속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음식으로 평가받는 게 인기 요인이다. 잔치국수,비빔국수 등 전통 국수집들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고령인구 증가와 맞물려 실버세대를 겨냥한 아이템 역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실버 요양산업'과 '실버용품 판매점'의 수요가 늘고 있다. '마추미' 등 노인 전문 요양시설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노인 도우미 서비스와 함께 실버용품 판매를 병행하고 있다.

여성 소비자들을 겨냥한 업종도 증가하고 있다. 커피를 마시면서 인터넷을 즐기고 책을 읽을 수 있는 멀티 커피전문점,머리부터 발끝까지 의류와 액세서리를 코디해 주고 원스톱 쇼핑을 제공하는 멀티숍(편집숍) 등이 대표적이다. 어린 자녀들 때문에 카페에 가는 것을 주저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 키즈카페도 등장했다. 이 밖에 정부의 쌀 소비 지원책에 힘입어 쌀막걸리주점,쌀국수 전문점 개설 등도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프랜차이즈 인증제'로 우열 가려진다


[하반기 창업시장 전망] '프랜차이즈 인증제'로 우량 브랜드에 창업자 몰릴듯
경기 회복이 늦어지면서 새로운 창업 방식들이 주목받고 있다. 점포 가동률을 높여 수익 극대화를 노리는 '컨버전스 점포'가 증가하고 있다. 낮에는 식당이었다가 밤에 주점으로 변신하거나 낮에는 커피숍,밤에는 바로 전환하는 형태다. 외식업에 판매업의 기능을 접목하고,판매업에 부가서비스 기능을 더한 업태도 나타났다.

'공동창업' '위탁경영' 등 창업 방식이 다양화되고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경영 노하우와 창업자의 자금이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재테크형 투자로 주목받고 있다. 공동 창업은 창업 비용에 대한 부담이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위탁경영 창업은 창업자가 프랜차이즈 본사에 투자를 하면 본사가 마케팅과 직원 관리 등 일체의 점포 운영을 맡아주는 방식이다. 전문가가 경영을 맡아 창업 성공 확률을 높여주고,창업자는 고정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투잡 개념으로 접근하고 싶은 자영업자,직장인 등에게 유리한 창업 방식이다.

중소기업청이 추진 중인 '프랜차이즈 인증제'가 올 하반기에 도입되면 프랜차이즈 본사 간 우열이 뚜렷해질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정보공개서를 등록한 가맹본부(브랜드)를 대상으로 가맹본부 및 가맹점주의 특성,계약 방식,시스템 운영 등 여섯 개 항목을 분석해 4단계로 평가한다. 정부 차원에서 프랜차이즈에 등급을 매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부실한 업체는 밀려나고,우량 브랜드에 창업자가 몰리는 현상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