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둘라 귤 터키 대통령 일행이 지난달 16일 울산 울주군에 있는 신고리원전 3 · 4호기 공사현장을 찾았다. 한국과 터키 간 원전건설사업 협력 양해각서 체결로 터키 북부의 시노프 지역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은 한국형 원전을 직접 둘러보기 위한 행보였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자 일행도 지난 5월 말 이곳을 방문했다. UAE는 해외수주 사상 최대인 총 400억달러 규모의 한국형 원전 첫 수출국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모하메드 왕세자 일행에게 대통령 전용헬기를 내줄 정도로 최고의 예우를 해줬다. 세계 원전산업에서 울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지난 40여년간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중화학공업 도시' 울산이 이번에는 세계적인 '원전 메카'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말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원전 첫 수출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한국형 원자로가 건립 중인 데다 올해 초 이명박 대통령이 울주군 신고리 원전 건설현장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직접 주재할 정도로 국내 · 외적인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일대 350만㎡에 건설되는 신고리 3 · 4호기는 UAE에 수출되는 한국형 원자로(APR-1400)와 같은 모델로 2013년과 2014년 완공될 예정이다.

울산시도 향후 20년간 200만명에 이르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원전 르네상스'시대를 맞을 채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우선 신고리 3 · 4호기 등 풍부한 원전 인프라를 기반으로 원자력 보조기기와 부품소재,원전 정보기술(IT) 융합산업 등 원자력 멀티콤플렉스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여기에다 정부의 중소형 일체형 원자로인 스마트(SMART)와 수출용 신형 연구로,제2원자력연구원 등 원전 관련 국책사업 유치에도 발벗고 나섰다. 원전산업이 울산은 물론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갈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잠재력이 무한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원전산업을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2차연료전지에 이어 울산의 5세대 전략산업으로 키우겠다는 게 울산시의 구상이다. 박맹우 울산시장은 지난 1일 취임식에서 "원전산업을 2차 전지산업,환경산업 등과 함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주봉현 정무부시장도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원전 수출이 결정된 후 원전 관련 시설 건립과 계획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며 "정부의 원전산업 전략과 연계해 울산을 원전산업메카로 육성하면 최소 16만명의 고용창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초의 원자력 전문대학원도 들어선다. 한전은 울산 원전기지 주변에 들어설 이 대학원의 공사 일정을 당초 예정보다 1년 앞당겨 내년 9월 완공할 예정이다. 개교는 2012년 3월이다. 원자력전문대학원은 UAE 원전 수주와 맞물려 원전 운전 · 보수 · 운영 등 5개 분야를 교육하는 '원전 사관학교'로 육성될 전망이다. 울산 원전본부 설립도 가시화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울주군 신암리에 원전 5 · 6호기가 추가 건설되면 신고리 3 · 4호기를 함께 관리 · 운영할 원전본부 설립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지역 원전 관련 제조업체들도 기술개발과 해외시장 진출에 발벗고 나섰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삼창기업 일진에너지 티에스엠텍 성진지오텍 대봉아크로텍 등은 울산의 원전관련 스타 기업들로 꼽힌다.

울산시는 이에 따라 이들 민간기업과 한국수력원자력,울산과학기술대 등이 참여하는 '원전산업 육성발전협의회'를 구성해 산 · 학 · 연 · 관 협력체제를 갖췄다.

물론 원전 르네상스 시대를 열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김시환 울산과학기술대 친환경 에너지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가 기술적으로 뛰어난 원전모델을 보유하고 있지만 원전 브랜드의 세계적 인지도는 아직 높지 않은 편"이라며 "원자력기술 개발 노력과 함께 글로벌 브랜드화에 적극 나서야 수출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전관련 인재양성과 함께 순수 전력공급에서부터 전기 · 물 공급,도시개발과 연계한 원전 플랜트 등 원전 수입국의 수요를 맞출 수 있는 다양한 원전수출 모델을 개발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