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재 중소기업으로 원전산업 발전의 외길을 걸어온 회사라면 누구나 손꼽는 업체가 있다. 바로 삼창기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 40년간 국내 원전 계측제어분야 시공과 시운전,유지보수,기자재 공급 등에서 국산화 기술개발에 주력해 왔다. 국내 20개 가동 원전 가운데 무려 14개 원전의 유지보수와 기자재공급을 맡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한우물' 정신에 따른 결과다.

특히 원자력 발전소가 고장없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원전계측제어 부문에서는 국내 1위를 넘어 세계 1위를 자부한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삼창기업은 이를 기반으로 원전 르네상스 시대를 맞아 스마트 원자로 제어계측기술의 수출시장 개척에 본격적으로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그 핵심사업은 'MMIS(Man Machine Interface System)' 기기 공급과 시공 분야다. 이는 사람 몸의 혈압과 맥박 및 심전도 등을 체크해서 건강 이상여부를 조기 검진하듯,원자력 발전소의 핵심 설비인 원자로 계통을 구성하는 기기 및 구조물(원자로,증기발생기,냉각재펌프,가압기 및 배관 등)을 온라인으로 검진해서 건전성 여부를 확인하는 핵심기술이다. 이 기술이 원전에 적용되면 원자로 계통의 정확한 상태를 진단해 원전의 불시정지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향후 스마트 원전 수출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경우 삼창기업은 이 기술을 통해 1조원 이상의 매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매출 3000억원의 3배를 넘는 규모다.

삼창기업은 원전 수출시장의 블루오션으로 뜨고 있는 중동시장 진출에 강한 열정을 쏟아붓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통치자의 처남인 모하메드 왕자가 대주주로 있는 MBM홀딩스와 합작기업을 설립,UAE에 본격 진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두철 회장의 아들로 삼창기업 총괄사장을 맡고 있는 이정훈 사장이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UAE의 왕족인 모하메드 왕자의 외교수석비서(Foreign Affair Director)에 임명돼 화제를 모았다. 이 사장은 모하메드 왕자와 미국에서 함께 유학생활을 하면서 오랫동안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창기업은 이를 통해 UAE에서 발주되는 플랜트 계측제어 시공,시운전 등 각종 공사수주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된 것은 물론 신소재,환경설비 등으로 사업분야를 확대하는 데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창기업은 수년 전부터 원전시장의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에도 진출해 '대아만 원전'에 기술 자문 및 교류 활동을 벌이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삼창기업은 이와 함께 세상이 깜짝 놀랄 만한 야심찬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전기 전도속도가 빛의 속도와 유사하고 현존하는 소재 중 열 전도도가 가장 뛰어난 꿈의 소재인 '그래핀'의 연구 ·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회사 측은 "세계 시장규모가 100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