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서브프라임모기지·CDO는 '가짜 금덩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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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스 골드 | 질리언 테트 지음 | 김지욱 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466쪽 | 1만8000원
'황철석(pyrite)'은 '풀스 골드(fool's gold)'로 불린다. 색깔이 금과 비슷해 초심자들이 금덩이를 발견했다고 착각할 수 있어서다. 이번에 나온 책 《풀스 골드》는 미국 금융산업의 기린아 JP모건의 파생상품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금융천재들이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 만들어 냈다는 파생상품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생생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저자는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와 결합해 이번 위기를 야기한 부채담보부증권(CDO)를 '풀스 골드'로 정의했다.
JP모건은 미국의 금융자본이 산업자본과 분리되지 않았던 때부터 선도은행이었다. 대공황 이후 투기 규제를 위해 제정된 '글라스 스티걸법'에 따라 투자은행을 분할했다. JP모건은 런던에서 파생상품을 활용해 금리 스와프의 선도 주자가 됐다. 지금도 뉴욕보다 런던의 신용파생상품 점유율이 더 높은 것은 JP모건 덕분이다.
1980년대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도입돼 우량 기업과 일반 기업에 위험가중치의 차별을 두게 되자 AAA 신용등급의 우량 기업 고객들과 거래하던 JP모건은 불이익을 당하게 됐다. 이에 따라 JP모건은 기업대출을 결집해 유동화하는 CDO를 만들어 냈다. 신용파생상품에 의한 의무자본 경감 효과를 은행감독 당국으로부터 인정받았다.
이후 JP모건은 '글라스 스티걸 법'의 폐지에 기여했다. 파생상품 운영실패로 인한 오렌지 카운티 금융사고에도 불구하고 장외파생상품의 규제를 강화하려는 워싱턴의 움직임을 잠재우기도 했다. 위험관리시스템(VaR)과 파생상품 통계모델(Risk Metrics)을 전파한 것도 JP모건이었다.
JP모건이 CDO의 길을 닦았다고 해서 시장을 독점한 것은 아니었다. 메릴린치,씨티그룹,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등이 공격적으로 CDO 영업에 나섰다. 이들이 CDO를 서브프라임모기지와 복합시킨 상품을 출시함에 따라 JP모건의 시장점유율은 위협받았다.
어려움에 처한 JP모건은 체이스맨해튼과 합병했다. 씨티그룹 출신인 제이미 다이먼을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 다이먼은 서브프라임모기지를 통해 수익을 얻고 싶은 유혹도 받았지만,모기지 거품이 지나치다고 판단해 이를 과감히 포기했다. 대신 거시경제적 헤지,즉 서브프라임모기지 지수를 매도하기 시작했다. 다이먼은 또한 다른 금융회사를 인수할 만한 형편이었으나 결코 본심을 밝히지 않았다. 베어스턴스 인수 당시 그가 4달러를 제시하자 정부 측이 2달러에 인수하도록 종용했을 정도였다.
결국 경쟁사들이 'CDO+서브프라임' 복합상품의 붕괴로 흔들리게 되면서 JP모건은 워싱턴 뮤추얼까지 인수해 선도은행 지위를 회복했다. 저자는 이같이 서브프라임과 결합해 '애물 단지'가 된 CDO를 'fool's gold'라고 표현한다.
우리금융 민영화 논의가 한창인 국내에서도 이 책을 통해 은행의 차별화와 합병 전략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씨티은행의 상황을 매우 잘 알고 있었던 다이먼은 절대로 금융의 '쏠림' 현상에 동참하지 않았다. 그는 업무 보고를 받기 전 미리 검토를 마침으로써 보고 시간을 토론의 장으로 바꿨다. 경쟁력 있는 본업에서 수익을 지키면서 '쏠림'에는 따라가지 않다가 기회가 찾아 왔을 때 단숨에 업그레이드한 JP모건의 사례는 국내 금융계에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 책의 저자인 질리언 테트는 파이낸셜타임스에서 세계시장 분석을 담당하는 저널리스트다. 그는 JP모건과 다이먼,투자은행 전문가들을 골고루 만났다. 이들이 어떻게 파생상품을 만들어 냈으며,어떤 과정을 거쳐 파생상품이 문제를 야기했고,JP모건이 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더욱 강해졌는지를 날카로운 필체로 그려냈다. 생생한 사례를 바탕으로 한 분석과 질책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박재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JP모건은 미국의 금융자본이 산업자본과 분리되지 않았던 때부터 선도은행이었다. 대공황 이후 투기 규제를 위해 제정된 '글라스 스티걸법'에 따라 투자은행을 분할했다. JP모건은 런던에서 파생상품을 활용해 금리 스와프의 선도 주자가 됐다. 지금도 뉴욕보다 런던의 신용파생상품 점유율이 더 높은 것은 JP모건 덕분이다.
1980년대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도입돼 우량 기업과 일반 기업에 위험가중치의 차별을 두게 되자 AAA 신용등급의 우량 기업 고객들과 거래하던 JP모건은 불이익을 당하게 됐다. 이에 따라 JP모건은 기업대출을 결집해 유동화하는 CDO를 만들어 냈다. 신용파생상품에 의한 의무자본 경감 효과를 은행감독 당국으로부터 인정받았다.
이후 JP모건은 '글라스 스티걸 법'의 폐지에 기여했다. 파생상품 운영실패로 인한 오렌지 카운티 금융사고에도 불구하고 장외파생상품의 규제를 강화하려는 워싱턴의 움직임을 잠재우기도 했다. 위험관리시스템(VaR)과 파생상품 통계모델(Risk Metrics)을 전파한 것도 JP모건이었다.
JP모건이 CDO의 길을 닦았다고 해서 시장을 독점한 것은 아니었다. 메릴린치,씨티그룹,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등이 공격적으로 CDO 영업에 나섰다. 이들이 CDO를 서브프라임모기지와 복합시킨 상품을 출시함에 따라 JP모건의 시장점유율은 위협받았다.
어려움에 처한 JP모건은 체이스맨해튼과 합병했다. 씨티그룹 출신인 제이미 다이먼을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 다이먼은 서브프라임모기지를 통해 수익을 얻고 싶은 유혹도 받았지만,모기지 거품이 지나치다고 판단해 이를 과감히 포기했다. 대신 거시경제적 헤지,즉 서브프라임모기지 지수를 매도하기 시작했다. 다이먼은 또한 다른 금융회사를 인수할 만한 형편이었으나 결코 본심을 밝히지 않았다. 베어스턴스 인수 당시 그가 4달러를 제시하자 정부 측이 2달러에 인수하도록 종용했을 정도였다.
결국 경쟁사들이 'CDO+서브프라임' 복합상품의 붕괴로 흔들리게 되면서 JP모건은 워싱턴 뮤추얼까지 인수해 선도은행 지위를 회복했다. 저자는 이같이 서브프라임과 결합해 '애물 단지'가 된 CDO를 'fool's gold'라고 표현한다.
우리금융 민영화 논의가 한창인 국내에서도 이 책을 통해 은행의 차별화와 합병 전략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씨티은행의 상황을 매우 잘 알고 있었던 다이먼은 절대로 금융의 '쏠림' 현상에 동참하지 않았다. 그는 업무 보고를 받기 전 미리 검토를 마침으로써 보고 시간을 토론의 장으로 바꿨다. 경쟁력 있는 본업에서 수익을 지키면서 '쏠림'에는 따라가지 않다가 기회가 찾아 왔을 때 단숨에 업그레이드한 JP모건의 사례는 국내 금융계에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 책의 저자인 질리언 테트는 파이낸셜타임스에서 세계시장 분석을 담당하는 저널리스트다. 그는 JP모건과 다이먼,투자은행 전문가들을 골고루 만났다. 이들이 어떻게 파생상품을 만들어 냈으며,어떤 과정을 거쳐 파생상품이 문제를 야기했고,JP모건이 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더욱 강해졌는지를 날카로운 필체로 그려냈다. 생생한 사례를 바탕으로 한 분석과 질책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박재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