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 과학자가 사람이 어느 정도까지 더위를 견딜 수 있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온도를 섭씨 126도까지 올린 방에 생쇠고기를 들려 들여보냈다. 한참 뒤 밖으로 나왔을 때 쇠고기는 푹 익었지만 사람은 땀만 흠뻑 흘렸을 뿐 멀쩡했다. 비밀은 기온 변화에 적응하는 사람의 뛰어난 능력과 습도에 있었다.

더운 곳에 있으면 사람은 땀을 흘린 다음 바로 증발시켜 체온을 낮춘다. 하지만 습도가 높을 경우엔 얘기가 다르다. 증발속도가 뚝 떨어지는 탓에 화상을 입거나 더위를 느끼게 된다. 앞의 실험에서도 방 온도는 높았지만 습도는 아주 낮았다. 섭씨 100도가 넘는 건식 사우나에선 견딜 수 있는 반면 60도가 안되는 물속에선 버티기 어려운 것도 그 때문이다. 미국 우주비행사 훈련 때 204도의 건조한 실내에서 알몸으로 견뎌냈고,옷을 입은 상태에선 260까지 참았던 사례도 있다고 한다. 보통 32도에 습도 96% 정도면 움직이지 않아도 땀이 흐르는 데 비해 습도가 48%로 낮아지면 35도를 넘어야 땀이 난다.

그렇다면 생활하기에 가장 좋은 '쾌적 온도'는 얼마일까. 계절 지역 나이 개인건강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나라에선 성인 기준으로 여름철 섭씨 24~26도,겨울철 20~22도 정도로 본다. 그 범위내에 있으면 쾌적함을 느끼면서 두뇌활동도 활발해진다고 한다. '건강 온도'라는 것도 있다. 통상 실내 · 외 온도차 5도 이내를 의미하지만 전문가들은 여름철 24~28도,겨울철 18~20도를 권하고 있다. 이보다 더 낮거나 높은 상태에 장시간 노출되면 면역력이 약해지고 피부질환과 비염,폐렴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냉방온도를 대형 판매시설 25도 이상,일반 건물 26도 이상으로 하는 에너지 절약대책을 내놨다. 공공기관은 28도 이상을 의무화 했다. 이렇다 보니 공무원들은 실내가 찜통이라며 울상이고,백화점 할인점 등에선 손님들에게 부채나 얼음생수를 나눠주고 열이 덜나는 조명으로 바꾸기에 분주하다고 한다.

실내가 너무 덥다고 느낀다면 에어컨 · 선풍기 함께 틀기,반소매 셔츠 입기,넥타이 매지 않기 등에 동참해 볼 만하다. 에너지 96.2%를 수입에 의존하는 터에 지나친 냉 · 난방에 익숙해져 있는 습관을 고쳐보자는 뜻에서다. 또는 땀 좀 흘릴 작정을 하고 가벼운 산책 이나 운동 등으로 더위 적응력을 조금씩 높여가는 건 어떨까.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