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악기 '자체브랜드'로 세계 무대서 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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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임 "올해 기타 800만弗 수출"
스윙, 獨ㆍ싱가포르서 주문 급증
영창도 독자브랜드로 해외공략
스윙, 獨ㆍ싱가포르서 주문 급증
영창도 독자브랜드로 해외공략
기타업체 데임악기의 김선양 대표는 올해 초 미국과 일본의 바이어가 보낸 이메일을 열어보고 두 눈을 의심했다. 각각 20억원어치와 10억원어치의 기타를 주문하겠다는 내용 때문이다. 2008년 말 자체 브랜드 '엘리어스','머테이라'를 출범시킨 뒤 1년여 만에 이룬 성과다. 김 대표는 "수출물량은 미미하지만 바이어의 반응이 예상보다 빠르게 나왔다"며 "기타계의 '렉서스'를 만들어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데임악기 스윙악기 영창악기 등 국내 악기업체들이 자체 브랜드 제품으로 세계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1970년대부터 해외 유명업체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각종 악기를 납품해오면서 키워온 기술력이 바탕이다.
데임악기는 3년 이상 건조시킨 고급 목재와 자체 개발한 '현(絃)진동 증폭장치' 등 고가부품을 장착한 고급 기타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데임의 머테이라는 대당 가격이 2000달러 선으로 세계적 고급기타인 펜더와 비슷한 수준.김 대표는 "미국과 일본 내 판매를 늘리기 위해 현지 법인을 연내에 설립할 것"이라며 "올해 800만달러어치를 수출하는 것을 비롯해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어난 약 15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타업체 스윙악기(대표 김태영)는 '스윙' '스매시' '러시' 등 자체 브랜드가 아니면 아무리 큰 계약이라도 거절하는 '뚝심영업'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전자,베이스,어쿠스틱 기타를 주로 만드는 이 회사는 올해 지난해의 두 배인 1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 중 수출 비중은 약 50%에 이른다. 독일 싱가포르 네덜란드 등이 주요 수출처다.
2001년 창업한 스윙악기는 국내 생산을 고집하다가 올해 인도네시아 발리 인근에 3960㎡ 크기의 공장을 완공했다. 국내 업계에서 자체 브랜드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해외 공장을 세운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국내 업체의 해외 공장은 세계적 기타메이커인 펜더나 깁슨 등에 납품하기 위한 OEM 공장이었다. 스윙악기는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연간 약 5만대(50억원어치)의 자체 브랜드 제품을 만들어 국내외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김태영 대표는 "해외 주문이 매년 두 배 이상 늘어나 국내 생산만으로는 도저히 물량을 맞추기 어렵고 채산성도 떨어져 해외 진출을 결정했다"며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한국에서 베테랑 기술자 3명을 파견해 품질 관리에 신경 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공장 가동이 정상 궤도에 오르는 내년엔 약 20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영창악기(대표 서창환)는 1956년 설립 이래 50년 넘게 피아노를 만들며 다져진 브랜드 인지도와 오랜 OEM 수출 노하우를 활용하고 있다. 영창악기는 피아노 외에도 1980년대에 기타를 비롯한 현악기와 관악기를 OEM을 통해 해외 업체에 납품했었고 1990년에는 세계 3대 신시사이저 브랜드인 커즈와일을 인수했을 정도로 피아노 외 사업을 꾸준히 준비해 왔다. 관악기 브랜드는 '알버트 웨버',현악기는 '영창'을 쓴다. 회사는 2008년 하반기부터 관악기,현악기 등의 자체 브랜드 일반악기를 선보이며 사업역량을 일반악기로 집중했다. 그 결과 지난해 일반악기 부문에서만 약 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창악기의 지난해 매출은 약 1600억원 수준.이 회사는 현재 세계 80개국에 관련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영창악기는 미국 보스턴에 사운드 연구소를 두고 커즈와일에 장착되는 사운드 칩을 개발하고 있다. 김정현 영창악기 마케팅담당 상무는 "같은 가격에서 더 좋은 품질을 가진 브랜드로 이미지를 굳혀 나가겠다"고 밝혔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