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행감독위원회(CEBS)가 유럽연합(EU) 은행권 자산의 65%를 차지하는 91개 은행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자본충실도 테스트)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23일 발표될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유럽 각국의 재정위기 전염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BBC방송 등 주요 외신들은 7일 "HSBC와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도이체방크,BNP파리바 등 EU 내 주요 91개 은행들이 스트레스 테스트 대상으로 결정됐다"고 보도했다.

스트레스 테스트를 받는 은행들은 EU 전체 은행 부문 자산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EU 27개 회원국별로 최소 50% 이상 자국의 은행 자산이 자본충실도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선정됐다. 독일에선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방크,히포리얼이스테이트 등 14개 은행이 테스트 대상에 포함됐다. 영국은 HSBC,RBS,로이즈,바클레이즈 등 '빅4' 은행이 검사 대상이다. 프랑스에서도 BNP파리바와 소시에테제네랄 등 핵심 은행들이 검사대에 오르게 됐다.

◆유럽 은행 자산 65% 검사 대상

현재 유럽을 짓누르고 있는 재정적자 위기를 감안,'위험지대'로 평가되는 금융사들은 빠짐없이 스트레스 테스트 목록에 이름이 올랐다. 재정적자 위기의 진앙인 그리스에선 6개의 은행이 대상이다. '제2의 그리스'로 평가돼온 스페인에선 산탄데르은행과 방크인테르 등 주요 은행들이 포함됐다. 유럽 금융계의 불안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독일 지방은행(란데스방크)들과 스페인 저축은행(카하)들도 리스트에 대거 포함됐다.

이번 유럽 은행권의 스트레스 테스트는 그리스와 스페인 국채에서 각각 17%와 3%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가정하에 실시된다. 또 유럽 경제의 핵심인 독일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0.2% 수준에 그치고 내년에는 -0.6%로 악화된다고 전제하는 등 유럽 지역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은 수준에 머무는 상황에 대비한 은행의 자본건전성이 평가될 예정이다. 각국의 국가 부채 리스크도 5월 초보다 심각할 경우를 가정한다. CEBS는 테스트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는 23일 은행권 전반에 대한 내용과 함께 개별 은행의 평가가 공개될 예정이다.

◆엇갈리는 테스트 전망

유럽 각국은 일단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발표되면 재정적자 위기를 둘러싼 시장의 우려를 일단락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의 10개 금융사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가 실시된 이후 증시가 살아났듯,유럽 은행들이 위기에 대응할 충분한 자본을 갖췄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확인시키는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은 "스트레스 테스트는 유럽 은행들이 굳건하고 건강하다는 점을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했고,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독일 은행들에 새로운 시련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테스트 기준이 지나치게 관대하다"며 실망스럽다는 반응도 없지 않다. 스티븐 포프 캔터피츠제럴드 스트래티지스트는"테스트에서 설정한 기준은 최악의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가장 부드러운 옵션"이라며 "잠재적인 손실 규모를 그리스 국채의 경우 20%,스페인 국채에 대해서는 7%로 적용해야 테스트 결과가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크 챈들러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 스트래티지스트 역시 "그리스와 스페인 국채 손실 규모를 지나치게 낮게 가정한 채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는 것"이라고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