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CEO(최고경영자)들이 잇따라 트위터 열풍에 동참하면서 순기능과 함께 역기능적인 측면 또한 부각되고 있다.

멀게만 느껴졌던 기업 회장님, 사장님들이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공개하고 때로는 기업의 정책에 관해 고객들과 의견을 주고받는 것은 기업과 고객 간 장벽을 허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CEO들의 이 같은 ‘트위터’ 사랑이 자칫 기업에 예상치 못한 파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 CEO 트위터 글 기업 입장으로 연결돼

기업 컨설팅 전문업체인 ‘스트래티지 샐러드’의 한 관계자는 “최고경영자들의 트위터 사용은 CEO 개인의 정체성 확보에서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지 모르지만 기업의 위기관리 측면에서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트위터에 올린 CEO의 짧은 글 하나가 곧 해당 기업의 공식 입장처럼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단어 하나조차도 신중을 기해 써야 한다는 것.

“그러나 요즘 CEO들은 트위터를 지나치게 개인의 사생활 공간인 것처럼 인식해 이후의 파장을 고려하지 않는 경향이 많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예컨대 최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스마트폰 갤럭시S를 해외에 가지고 나갔다가 겪은 불편함을 토로해 화제가 됐다.

정 부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로밍중인 갤럭시S가 갑자기 먹통”이라며 “전파 못잡기를 6시간...그리고 이제는 유심카드마저도 인식이 안된다네요.. 난감합니다...국제 전파미아가 된 기분입니다”라고 털어놨다.

삼성가의 일원인 정 부회장이 삼성에서 내놓은 갤럭시S의 문제점에 대한 글을 올리자 수십 개의 언론에서 이를 기사화했고, 네티즌들 또한 폭발적인 관심을 나타냈다.

일부에서는 “갤럭시S는 (삼성의)식구인 정 부회장조차도 문제가 많다고 느끼는 제품”이라는 식으로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상황이 커지자 삼성전자 측은 자사의 공식 트위터에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문제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이처럼 CEO들이 트위터에 개인적인 생각, 일상의 모습, 기업 경영에서 겪는 다양한 애로사항 등을 털어놓으면서 해당 기업 홍보실에서는 혹시나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지 않을까 내심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총수의 개인 생활이기 때문에 쉽게 간섭할 순 없지만 만약을 대비해 전담자를 두고 트위터를 모니터링한다는 기업도 생겨났다.

◇ 해외 기업 CEO 트위터 소통 전 훈련 과정 거쳐

물론 CEO 트위터가 인기를 끌면서 기업이 오히려 이득을 보는 경우도 없지 않다.

박용만 (주)두산 회장의 경우 트위터를 통해 얼리어답터다운 면모와 친근한 모습 등을 공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로 인해 딱딱했던 두산그룹의 이미지가 한층 부드럽게 바뀌었다는 평가 또한 얻었다.

얼마 전 증권가에 떠돌았던 두산 계열 밥캣 증자설과 관련해 박 회장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트위터에 즉각 올려 기업에 치명타를 줄 수 있는 루머를 차단했다.

정 부회장 역시 트위터를 통해 이마트 무선인터넷 존 구축 계획을 알리고, 최근 발생했던 백화점 화재 사건 경위에 대해 설명하며 고객들에게 좋은 평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CEO의 트위터가 긍정적 효과를 얻는 경우는 의외로 드물다”며 “CEO들이 트위터 사용에 앞서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훈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트위터 동참에 앞서 회사의 이미지와 그 회사의 대표자인 자신의 이미지가 일치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스트래티지 샐로드 관계자는 “해외 유수 기업의 CEO들은 트위터, 블로그 등 소셜미디어를 통한 소통을 위해 전략적으로 트레이닝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의 입이라 할 수 있는 ‘홍보실’과 최고 경영자 간에 트위터에 관한 사전 협의가 된다면 가장 좋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회장님의 개인적인 트위터라 하더라도 홍보실에서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코칭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CEO 뿐만 아니라 연예인, 방송인 등 이른바 공인들의 트위터 사용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방송인 김미화는 자신의 트위터에 “KBS에 연예인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며 그 때문에 자신은 KBS에 출연하지 못한다”는 글을 올려 파문을 일으켰다. KBS는 즉각 명예훼손 혐의로 김미화를 고소하겠다고 나섰다.

‘블랙리스트’의 존재 여부를 두고 좌·우 정치 대립으로까지 번지는 가운데 공인으로서 트위터 사용에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앞서 지난 4월 MBC 김주하 앵커는 천안함 사건 발생 당시 이 소식을 트위터로 전하면서 물의를 빚기도 했다.

당시 김 앵커는 “밤 9시 반쯤 백령도와 대청도 사이에서 순찰 중이던 1500톤급 해군 초계함 바닷 속 침몰 중”이라고 트위터에 속보를 올렸고, 잠시 뒤 “북한 반잠수정이 침몰시킨 듯 하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2시간 가량 지난 후에는 “군관계자에 따르면 미확인 물체는 새 떼일 수도 있다”며 정정 글을 올렸다. 그러나 앞선 글이 이미 트위터를 타고 수많은 네티즌들에게 퍼지며 ‘북한 공격설’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굳어지게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개인 트위터라 하더라도 공인으로서의 책임이 있다는 점을 항상 잊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