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말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을 초토화시킨 대참사에서 동포들을 구하기 위해 현장을 누비던 민동석 당시 휴스턴 총영사.그는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시작되자 농업 협상의 구원투수로 전격 스카우트돼 농림부로 자리를 옮겼다. 우루과이라운드나 쌀 협상,마늘 협상 등 대형 농업 협상에 참여했던 대표들이 줄줄이 희생양으로 몰린 것을 보고 아무도 FTA 농업 협상을 맡지 않으려 할 때였다.

하지만 그는 "위험하다고 피하는 것은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다"라며 농업 분야 고위급 대표를 맡아 협상에 나서 2007년 4월 한 · 미 FTA 타결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이듬해 양국 간 '뜨거운 감자'인 쇠고기 수입 문제로 또다시 시작된 수입 위생조건 협상에도 그는 주저 없이 나섰다. 쇠고기 문제는 누가 협상해도 돌을 맞을 수밖에 없는 정치적 이슈였기 때문이다.

그는 협상 중단을 선언하는 초강수와 벼랑 끝 전술까지 구사하며 국제기준보다 더 많은 양보를 얻어냈다. 그러나 광우병 파동의 엄청난 소용돌이 속에서 그에게 돌아온 것은 '매국노'라는 비난이었다. 광화문 한복판에서 허수아비 화형식을 당하는 수모도 겪었다.

《대한민국에서 공직자로 산다는 것》은 그가 한 · 미 FTA 농업 협상뿐만 아니라 쇠고기 협상의 과정을 상세히 밝힌 책이다. 특히 논란이 된 쇠고기 협상을 둘러싼 한 · 미 관계자의 치밀한 수 싸움과 성과,예상치 못한 변수 등 숨막히는 막전막후를 담고 있어 흥미롭다.

책의 부제인 '협상대표는 동네북인가'가 그의 억울함을 대변한다. 소신있는 공직자라는 지인들의 평가와 달리 그는 광우병 파동 속에서 나쁜 사람이 됐고,가족들도 말못할 고통을 겪어야 했다.

책의 머리말에서 그는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한 협상이었지만 결국 나는 악의를 가진 거대한 이념세력에 희생됐다"며 "협상대표를 희생양으로 만드는 풍토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위험한 협상에 몸 던지는 유능한 협상대표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