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주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 하반기 업황을 두고 전문가들이 서로 정반대의 전망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것에 대해서도 소비시장을 위축시킬지 또는 활성화시킬지를 놓고 전문가들의 분석은 엇갈리고 있다.

◆"실적 모멘텀 둔화된다" vs "소매경기는 계속 양호하다"

유통 업황이 하반기에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유통주의 실적 모멘텀(상승동력)이 지난해 4분기를 정점으로 떨어지는 중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소용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세계 롯데쇼핑 현대백화점 CJ오쇼핑 GS홈쇼핑 등 5개 유통업체의 평균 영업이익 증가율은 2009년 4분기 19.8%에서 올 1분기 15.7%로 감소했으며 올 2분기에도 13.5% 증가하는데 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표 유통업체들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은 역기저효과와 경기 하락의 영향 때문이라는 것. 이 연구원은 "국내 유통 산업의 장기성장률은 3~5%에 불과한데 이러한 저성장 단계에서는 기저효과가 유통업체 동일점포 성장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유통업체 동일점포 성장률은 지난해 '상저하고형'에서 올해 '상고하저형'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하반기에 실적둔화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유통 업황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워낙 낮아 오히려 유통업체의 영업실적이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박 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통주에 대한 컨센서스가 다소 상승하고 있는데 이는 전반적으로 시장 기대치가 낮았기 때문"이라며 "이에 따라 분기 실적 발표전까지는 컨센서스 상승 현상이 지난 분기에 이어 반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최상의 소매경기는 올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신규 취업자가 증가 추세에 있어 월간 1조4000억원 이상의 신규 소비가 창출되는 효과도 기대할만 하다"고 강조했다.

◆금리인상 유통주에 약될까? 독될까?

유통 전문가들의 엇갈린 주장은 금리인상을 두고도 계속되고 있다.

금통위가 이날 기준금리를 기존 연 2.0%에서 0.25%포인트 올린 뒤 소비 여력이 줄어들어 유통업종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잇따랐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금리인상 폭이 크지 않아 유통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소용 연구원은 "올 하반기 유통업체들의 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유통주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소비 여력이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원화 강세로 해외 소비가 증가할 가능성도 높아 유통업체들의 실적은 압박을 받을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도 "기존 2%대 금리는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취해진 비정상적인 조치로 이를 정상화 시키는 차원에서 금리인상이 이뤄진 것"이라며 "다만 8월에 추가적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점쳐지는 만큼 인상 속도가 빠르면 투자심리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상구 현대증권 연구원은 그러나 "금리인상에 따른 영향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소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사회가 소비성향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데다 금리 인상이 이뤄져도 주 소비층인 20대와 40~50대의 소비는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금리인상은 이미 예견된 일인데다 인상폭도 크지 않기 때문에 유통주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