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들어 저축은행 인수 · 합병(M&A)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동안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로 경영난을 겪었던 상당수 저축은행들이 지난달 말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을 계기로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면서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높아 M&A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금융당국도 경영 정상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저축은행들에 대해서는 M&A를 적극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9일 금융당국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웅진캐피탈이 주도하는 사모펀드(PEF)인 웅진금융제일유한회사는 경기도 안산에 있는 늘푸른저축은행의 주식 100%를 인수하기 위해 주식취득 승인 신청을 지난달 29일 금융위원회에 냈다.

늘푸른저축은행은 총 자산 2348억원,자기자본 173억원 규모에 본점을 포함한 영업점 2곳을 운영 중인 중소 저축은행이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10.34%,고정이하여신비율 7.83%로 저축은행 중에선 비교적 우량 회사로 꼽히고 있다. 웅진 측은 이 회사의 대주주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정모씨와 회사 지분의 100%를 430억원에 인수키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부업체인 러시앤캐시도 이 회사 인수를 추진하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걸려 결국 포기한 적이 있다"며 "당시 러시앤캐시가 인수전에 뛰어들자 호가가 무려 600억원까지 올라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웅진 측은 현재 늘푸른저축은행 외에도 서울저축은행 인수를 추진 중이다. 총자산 1조원이 넘는 대형 저축은행인 서울저축은행은 자본잠식 상태로 지난달 1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뒤 금융위가 적기시정조치(영업정지)를 유예해 줬다. 현 대주주가 부실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400억원을 내고 나머지 700억원을 전략적 투자자인 웅진 측이 부담할 예정이다. 웅진 측은 절반인 350억원은 이미 조성된 펀드에서 충당하기로 하고 나머지 절반을 댈 재무적 투자자를 찾고 있다.

이번 늘푸른저축은행 거래 성사를 계기로 저축은행 M&A 시장도 점차 활기를 띨 전망이다. 현재 서울을 비롯한 삼보 푸른2 프라임 신라 삼신 등 전국의 크고 작은 저축은행 10여곳이 M&A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부실 PF채권 매각 이후 경영정상화에 실패하는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대주주 증자나 합병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할 방침"이라며 "이 때문에 저축은행 매물이 늘어나 M&A 시장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도 이와 관련, "저축은행이 수신 기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저축은행을 인수하고 싶어하는 투자자들은 많다"며 "다만 부실 PF채권에 따른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어 이 같은 위험에서 비켜서 있는 우량 저축은행들을 위주로 M&A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M&A시장에서 누가 우량 저축은행을 인수하느냐에 따라 저축은행 판도변화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