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은 악재가 아닌 호재였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9일 기준금리를 종전 연 2.0%에서 2.25%로 0.25%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의 금리인상은 곧 경제 성장에 대한 확신"이라며 주식을 왕창 사들였다. 전날 455억원 순매수를 나타냈던 외국인은 이날 3154억원 매수우위를 보였다. 선물시장에서도 매수우위였다.

이로 인해 1700선 안착도 힘겨워했던 코스피 지수는 단번에 1720선까지 넘어섰다. 장 마감 기준으로 코스피 지수가 1720선을 넘어선 것은 9거래일만이다.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고도 주가가 부진했던 삼성전자와 기존의 주도주들도 장막판 급등했다.

이날 증시는 미국의 고용지표 호전 소식과 다우지수의 사흘째 상승 소식 등을 업고 강세로 출발했다. 그러나 오전 10시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인상 결정을 앞두고 관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금통위가 17개월만에 금리를 연 2.25%로 인상한다는 소식에 시장을 혼조세를 보였고 한 때 하락반전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시장참여자들은 금리인상 시기를 오는 8월께로 점쳤기 때문이다.

시장의 분위기는 오후들어 급격히 호전됐다. 외국인들이 적극적으로 매수세에 뛰어든 것이다. 한국의 금리인상은 곧 '경제 성장에 대한 확신'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외국인들은 매수를 늘렸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대비 24.37포인트(1.43%) 상승한 1723.01을 기록했다. 이틀 연속 상승하면서 1720선을 훌쩍 넘겼다. 외국인과 기관, 프로그램이 순매수를 기록했다. 개인만이 순매도를 보였다.

업종별로는 유통, 건설, 음식료 등 내수관련 업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상승했다. 특히 은행, 증권 등의 금융업종은 강세를 보였고 주도업종인 전기전자, 화학업종 등이 상승했다.

시가총액 상위종목들도 일제히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2% 넘게 뛰어올랐고, 포스코, 현대차, 신한지주, 삼성생명, 한국전력 등이 줄줄이 상승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현대모비스, 롯데쇼핑, 신세계 등은 약세를 보였다.

대한항공, 호텔신라 등 레저주들은 금리인상으로 환율이 하락하면서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코리안리는 저평가 분석에 7% 넘게 급등했고 더존비즈온은 SK텔레콤과의 제휴소식에 강세였다.

그러나 장중 급등하기도 했던 보험주는 증시 상승과 함께 급락했다. 동부화재, 한화손해보험, LIG손해보험 등이 3~4% 이상 하락했다.

상한가 종목은 9개, 상승종목은 461개였다. 하락종목은 316개, 보합종목은 91개였다.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3.19포인트(0.65%) 오른 492.15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 490선을 회복한 것은 지난달 28일 이후 처음이다.

기관이 48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 지수 상승을 뒷받침했다. 장 후반 매도 우위로 돌아선 개인은 42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외국인은 5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업종별로 건설, 일반전기전자, 금속, 정보기기 등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가 올랐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 역시 대부분 상승세를 나타냈다. 시총 상위 1∼10위 가운데 하락한 종목은 OCI머티리얼즈, 태웅, 동서 뿐이었다.

정부가 전자주민증 도입을 재추진한다는 소식에 케이비티와 유비벨록스, 슈프리마 등 관련주들이 4∼11%대 급등했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 여행주들이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원화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3∼5%가량 뛰었다.

뉴질랜드에서 신종플루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관련 종목들이 오름세를 나타냈다. 바이오랜드, 파루, 보령메디앙스, 대한뉴팜 등이 1∼3%대 올랐다. 2차전지 지원책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에코프로, 넥스콘테크, 엘앤에프 등 관련주들이 1∼5% 강세를 보였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한화SV스팩1호는 시초가보다 0.50% 상승한 4985원에 장을 마쳤다. 이는 공모가 5000원보다 낮은 가격이다.

상한가 15개 종목을 비롯해 470개 종목이 올랐고, 하한가 4개 등 416개 종목은 내렸다. 91개 종목은 보합을 기록했다.

한편 금리인상 결정에 환율은 급락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3원 내린 1196.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한경닷컴 김하나·오정민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