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정부는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이 6.7%로 당초 예상을 웃돌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5.3%에 그쳤던 경제성장률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베트남 경제는 두 자릿수에 가까운 인플레이션과 만성적인 무역적자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에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특히 베트남의 외환보유액은 150억달러에 불과해 글로벌 경기침체가 재연될 경우 외환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만성적인 달러 부족

베트남 호찌민 시내에 있는 금은방에는 달러를 사려는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 베트남은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실제 달러 가치와 큰 괴리가 있어 일반인들은 달러 장사를 하는 금은방에서 암거래를 한다. 교환된 달러 중 일부는 은행의 달러 예금으로 저축되지만 대부분은 개인가정의 금고에 은닉된다. 뉴욕타임스는"정부는 인플레이션을 감수하더라도 성장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는 게 베트남 사람들의 생각"이라며 "그래서 베트남 사람들은 금과 달러를 쓸어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충분한 달러가 없다는 것이다. 베트남은 쌀과 커피를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수출하는 국가이지만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가공품 수입이 많다. 예를 들어 원유는 수출하지만 정유시설이 거의 없어 휘발유는 수입한다. 이로 인해 매년 거대한 무역적자에 시달린다. 베트남 공업상업부에 따르면 올해도 무역적자가 14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듯 달러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보니 '인플레이션→달러 수요 증가→동화 가치 하락→인플레이션'이라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물가보다는 성장 선택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3월 동화 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 심화 우려 등으로 베트남의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도 4월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금리 인상과 통화정책 강화 등을 권고했다. 실제 베트남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해 하반기 2~4%에서 올해 8%대로 급등했다. ADB 씨티그룹 등은 올해 베트남의 CPI 상승률이 10~12%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는 지난해 11월 이후 기준금리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베트남 정부의 이 같은 성장 위주 전략이 내년 1월의 제11차 공산당 전당대회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본다. 5년마다 열리는 이 대회에서는 경제전략 등 주요 정책은 물론 당과 정부의 지도부 인사도 단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의식,정부가 성장 목표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현재 베트남 중앙은행은 달러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니암 아이 링 피치 아시아담당 이사는 "베트남 중앙은행은 달러 예금 금리의 상한선을 1%대로 낮춰 민간의 달러 수요를 억제해놓고, 외환보유액을 늘리기 위해 달러를 사들이고 있다"며 "그러나 여전히 달러가 부족하기 때문에 글로벌 경기침체 등 외부에서 충격이 올 경우 외환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베트남 정부는 공식적으로 외환보유액을 발표하지 않는다. 그러나 ADB는 지난해 말 현재 약 150억달러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약 2.8개월치 수입물량을 결제할 수 있는 금액이다. 피치도 베트남중앙은행이 2~3개월치 수입물량을 결제할 수 있는 달러만을 보유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