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어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전격 인상했다. 지난해 2월 연 2.5%에서 2.0%로 내린 뒤 16개월간 지속된 역대 최장 동결행진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본격적인 출구전략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정부 및 한은의 경제운용 방향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한은이 예상을 깨고 금리를 올린 것은 우리 경제의 올해 성장률이 6%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하반기 이후 우려되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김중수 한은 총재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에 머물고 있으나 앞으로 경기상승세 지속에 따른 수요압력 증대 등으로 상승압력이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기준금리는 경제성장률과 향후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할 때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국제통화기금(IMF)은 물론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국내외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한은 역시 그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금리인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직접적이고 광범위하기 때문에 시기 선택을 두고 망설여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각종 경기지표가 지속적으로 호조를 보이고 남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 여건이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나자 더 이상 시기를 늦추면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금리를 올린 것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물가는 어느 정도 안정될지 모르지만 서민 가계와 중소기업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됐다는 점에 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은 물론 제2금융권 등의 금리도 덩달아 오를 수밖에 없다. 실제 일부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해 이미 이달 초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렸고 앞으로 각종 대출금리가 올라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업계 추정에 따르면 이날 기준금리 인상분만큼 은행과 제2금융권이 변동금리형 대출금리를 올리면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은 연간 2조4000억원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경기회복에도 불구, 경기 양극화로 여전히 힘든 서민과 중소기업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전경련과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들이 이번 금리인상에 대해 가계의 소비 위축과 기업 경영부담 증대를 가져올 것이라며 앞으로의 추가 인상에는 보다 신중해야 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와 한은은 금리인상이 가져올 금융 및 부동산 시장의 충격은 물론 가계와 중소기업이 겪을 애로를 최소화하는 데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극심한 침체에 빠진 부동산 시장이 이번 금리인상으로 더 위축될 가능성이 큰 만큼 관련 시장 동향과 파장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금리인상이 자칫 경기회복세의 발목을 잡는 부작용을 낳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