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통화위원회가 9일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하자 채권시장이 한 차례 크게 출렁였다. 예상보다 빠른 금리 인상에 채권값이 급락(수익률은 급등)했지만 향후 금리인상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란 예상에 투자심리가 안정되며 막판 보합 수준을 회복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금통위가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연 2.5~2.75%로 한두 차례 더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일시 급등 후 안정세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은 이날 오전 연 4.02%로 전일 대비 0.08%포인트 급등했다.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이 연 4%를 넘어서기는 지난 3월10일(연 4.08%) 이후 4개월 만이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2.25%로 17개월 만에 0.25%포인트 인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외국인이 국채선물을 대거 내다 팔았다.

하지만 오후 들어 충격이 가라앉으면서 시장은 빠른 속도로 진정됐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아직 긴축기조 전환을 논의할 시점은 아니다"고 밝힌 것이 향후 금리 인상이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의미로 해석돼 시장 참가자들의 투자심리가 개선됐다.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은 결국 오전 상승폭을 모두 반납하고 전날과 같은 연 3.94%에 마감됐다. 장중 연 4.58%까지 치솟았던 국고채 5년물도 전일 대비 0.02%포인트 오른 연 4.52%로 거래를 마쳤다.

◆시장 영향은 크지 않을 듯

신동준 동부증권 채권팀장은 "당초 8월로 점쳐졌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일시 충격으로 작용했지만 국내 경기회복 속도나 물가수준을 감안하면 오래전에 금리가 인상됐어야 한다"며 "이미 예상했던 것이어서 이번 금리 인상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안형상 우리CS자산운용 차장은 "연 3.50% 수준까지 떨어졌던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이 이달 들어서는 꾸준한 오름세를 보였다"며 "이는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가 이미 채권 가격에 상당부분 반영돼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다만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예상됨에 따라 채권값은 중장기적으로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신동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단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적정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며 "기준금리는 연내 0.25~0.50%포인트가량 추가 인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자금 수요가 많은 추석연휴를 제외하면 추가 인상 시점은 오는 10월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팀장은 "지금부터 시장은 추가 금리 인상이 얼마나 빠르게 이뤄지느냐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며 "기준금리는 내년 1분기까지 최대 연 3.0% 선까지 오른 뒤 내년 말에는 연 3.50% 수준에 도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안정을 되찾은 채권 수익률도 점진적으로 레벨업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만기 1년 이내 단기물은 최근 수익률이 크게 올랐고,5년 이상 장기물은 외국인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어 수익률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작을 것으로 전망됐다.

신 연구원은 "보험사들이 장기채 비중을 늘려야 하는 등 채권시장의 수급은 나쁘지 않은 편"이라며 "추가 금리 인상도 충분한 사전 고지가 된 뒤 단행될 것이란 점에서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도윤 한국투신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채권가격 하락으로 불리한 환경이기는 하지만 오래전부터 예상됐던 일이라 이미 금리 인상을 감안한 투자전략을 운용하고 있다"며 "인상 시기가 앞당겨진 데 따른 일시적인 포트폴리오 조정은 있겠지만 운용 전반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