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9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함에 따라 은행 등 금융회사들도 다음 주부터 예금 및 대출금리를 잇따라 올릴 계획이다. 예금자로선 반가운 일이지만 대출자로선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게 불가피하게 됐다.

대출금리가 기준금리와 같은 폭인 0.25%포인트 오르면 가계 및 기업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이자는 연간 2조4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추가로 금리가 인상되면 이자 부담액도 더 커지게 된다. 은행에서만 417조원에 달하는 가계대출이 경제의 새로운 복병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은행 금리도 내주 인상

은행들은 보통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됐을 때 예금 금리를 0.2~0.25%포인트 올렸다. 은행들은 시장 상황과 자금 사정을 지켜본 뒤 기준금리 인상분을 반영해 다음 주 중 예금 금리를 추가로 조정할 예정이다.

은행들은 이미 기준금리 인상 전망을 감안해 예금금리를 약간씩 올려왔다. 따라서 다음 주 추가로 올릴 예금금리 인상폭은 약 0.1~0.3%포인트를 기록할 전망이다.

은행 대출금리는 시장금리에 따라 연동돼 움직인다. 가계 주택담보대출의 80~90%를 차지하는 CD(양도성예금증서) 연동 대출은 보통 직전 3영업일의 91일물 유통수익률 평균을 기준으로 한다.

금융투자협회는 이날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91일물 CD금리를 전날보다 0.17%포인트 높은 연 2.63%로 고시했다. 다음 주 중반부터는 CD연동 대출 금리가 0.2%포인트 가까이 오르는 셈이다. 한 달에 한 번 조정되는 코픽스 금리도 은행들의 시장 조달 자금 금리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대출은 CD 연동대출의 경우 3개월마다,코픽스 연동 대출은 6개월 또는 12개월마다 조정된다.

◆추세적 금리인상…부담 더 늘 듯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권의 6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417조8667억원이다.

가계대출 잔액 가운데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약 90%인 점을 감안하면 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 연간 약 9402억원의 이자 부담이 추가로 생기는 것으로 추산된다. 기업대출 잔액은 517조9916억원으로 변동금리 대출 비중 70%를 반영하면 연간 9064억원의 추가 이자가 발생한다.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모두 합할 경우 이자비용은 연간 총 1조8466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2금융권의 가계 및 산업대출 잔액(약 310조원)의 이자부담 6166억원까지 포함하면 이번 금리 인상으로 인한 추가 이자비용은 총 2조4000억원대가 된다.

문제는 금리 인상이 이번 한 번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최석원 삼성증권채권분석파트장은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몇 번에 걸쳐 올려 내년 상반기까지 1%포인트 인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기준 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예금 금리 상승분을 감안해도 가계와 기업의 연간 순이자부담액이 6조9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연말까지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2.5%로 0.25%포인트 추가로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인데 이 정도까지는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내년에 금리가 또 오르는,추세적 상승 국면에 들어서면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칫하면 '기준금리 인상→대출금리 인상→가계와 기업의 금융비용 상승→소비와 투자 부진→경기 재차 침체'란 악순환에 접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주식 · 펀드 본격 투자 가능성

그동안 예금으로 생활하던 사람들이나 자산을 운용할 곳을 찾지 못하던 투자자들은 이번 금리 인상의 수혜자다.

손민보 신한은행 도곡PB센터 팀장은 "금리가 계속 상승추세를 보이면 예금 생활자들에게는 당연히 이득이 될 것"이라며 "한은의 금리 인상을 본격적인 경기 회복 신호로 보는 투자자들은 주식이나 펀드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재형/이태훈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