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ㆍ강남구 엇박자 … 개포 통합재건축 지연
서울 강남권의 대표적 재건축 추진 대상 가운데 하나인 개포지구 32개 단지 2만8700여채에 대한 개발 계획이 늦어지고 있다.

서울시와 강남구청이 지난달 말 통과 예정이었던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둘러싸고 미묘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어서다. 서울시는 32개 단지 전체에 대한 상세 지침을 요구하는 반면 강남구청은 신속한 변경안 통과를 원하고 있다.

◆서울시 "가이드라인 적정성 검토부터"


9일 서울시와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시는 개포지구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이르면 연말께 확정짓겠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아직 (지구단위계획이) 확정된 바 없다"며 "현재 구청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구 전체적인 스카이 라인 및 고도 계획,내부 도로 등 세부안에 대해 강남구청과 협의를 벌여왔다"며 "그 결과를 토대로 서울시 도시 · 건축공동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심의한 뒤 시의회 본회의 상정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1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소위원회를 열고 저층 단지(2종 일반주거지역)는 최고 35층,중층 단지(3종 일반주거지역)는 최고 45층으로 지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강남구청의 가이드라인을 놓고 타당성 등을 검토했다.

반면 강남구청은 이달 중순 시 도시 · 건축공동위원회 소위원회 심의를 거쳐 오는 8월 말까지 시의회 본회의 상정을 요청하고 있다. 구청 측은 서울시가 구청 요청대로 관련 절차를 밟을 경우 이르면 9월 중 공람 공고를 거쳐 지구단위 계획을 최종 확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남구는 지난해 9월 구청이 5년마다 바꾸는 지구단위계획 재정비(변경)안을 마련하면서 저층 단지의 용적률 상한을 기존 200%에서 240%로 높여달라고 요청했지만 시는 올초 단지별 개발 가이드라인을 먼저 제시해야 정비계획을 심의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서울시ㆍ강남구 엇박자 … 개포 통합재건축 지연
◆주민들 "시장 악화되기 전에 수립돼야"


개포지구 주민들은 2000년 6월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되자 재건축 사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서울시가 2002년 도시계획 결정을 통해 개포지구 평균 용적률을 200%로 적용함에 따라 사업성이 떨어져 재건축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강남구는 이에 따라 올초 용적률을 상향 조정한 개포지구 재건축 가이드라인을 확정,주민설명회를 마쳤다. 강남구는 가이드라인에서 개포주공1~4단지와 개포시영,일원대우,일원현대 등 저층 단지가 있는 2종 일반주거지역은 용적률 240%를 적용,최고 35층 높이로 지을 수 있도록 했다.

개포 주공 5~7단지를 비롯해 한신아파트 경남아파트 등이 있는 3종 일반주거지역의 경우 용적률 280%를 적용,최고 45층까지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남부순환로와 양재천 주변의 3종 지역에 초고층을 건립하되 대지 면적이 좁으면 30층 이하로 건립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한편 개포지구 주민들은 "서울시가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다가 뒤늦게 적정성 여부를 검토하는 것은 문제"라며 "부동산 시장 여건이 더욱 악화되기 전에 가이드라인을 확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